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이 시즌4는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황동혁 감독은 대신 스핀오프(spin-off)로 오징어게임 IP 확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스핀오프는 기존 세계관을 유지한 채 다른 캐릭터나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는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 급등하는 제작비를 절감하면서도 해당 IP 팬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오징어게임이 스핀오프를 고려하는 배경을 살펴봤다.
23일 관련 업계 소식을 살펴보면 황동혁 감독은 6월 9일 오징어게임 시즌3 제작발표회에서 시즌4는 없다고 밝혔다. 황 감독은 이어 앞으로 오징어게임 이야기가 없다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후속 시즌은 없지만 스핀오프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징어게임 주요 캐릭터 ‘프론트맨’을 연기한 이병헌 배우 역시 17일(현지시각) 미국의 ‘지미 팰런 쇼’에 출연해 프론트맨을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가 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모두 6월 27일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즌3 공개를 앞두고 진행된 간담회·인터뷰 내용이다. 오징어게임이라는 작품에 참여한 감독과 배우가 모두 스핀오프를 이야기하는 셈이다.
이들이 말하는 스핀오프는 콘텐츠 산업에서 콘텐츠 IP를 확장하는 효율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특히 영상 콘텐츠는 제작비 문제로 스핀오프를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예를 들어 오징어게임 주인공 ‘성기훈’을 연기한 이정재 배우가 회당 10억원 이상의 출연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정재 배우도 구체적인 금액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많이 받은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작품이 흥행하면 후속작에서 해당 작품의 주연 배우, 감독·작가 등의 연출진 몸값은 크게 뛴다. 흥행작의 후속작을 꾸준히 만들기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비가 계속 늘어나는 걸 감당할 수 있어야 하는 셈이다. 업계에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흥행하고도 시즌2 소식이 없는 이유를 급등한 배우 몸값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영화 ‘아이언맨’으로 2008년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대장정의 막을 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이언맨 당시 50만달러(약 7억원)를 받다가 2017년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선 8분 출연하고 1000만달러(약 138억원)를 받았다. 버라이어티 등 외신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MCU를 떠났다가 새로운 어벤져스 시리즈로 돌아오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8000만달러(약 1107억원)에 추가로 성과급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인기 작품의 주연 배우 몸값은 끝없이 치솟는 셈이다.
스핀오프는 급등하는 출연료와 제작비 분담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세계관은 유지하되 등장인물의 수를 조절하거나 주요 인물의 과거(프리퀄) 또는 미래 시점(시퀄)을 통해 같은 캐릭터를 다른 배우가 연기하도록 할 수 있어서다.
IP를 다른 미디어로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카카오페이지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이 대표적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카카오페이지·카카오웹툰에서 웹툰으로 연재되며 인기를 끈 이후 애니메이션, 게임을 비롯해 원작 주인공의 아들 이야기를 다룬 ‘나 혼자만 레벨업: 라그나로크’ 등으로 확장했다.
MCU도 스핀오프를 적극적으로 하는 IP 프랜차이즈다. MCU 같은 슈퍼히어로물은 세대교체와 스핀오프를 통해 세계관을 확장한다. 세대교체는 크리스 에반스가 연기한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가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마지막으로 ‘캡틴’ 자리를 물려준 것 같은 방식을 말한다.
올해 2월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안소니 마키가 연기하는 2대 캡틴 아메리카 샘 윌슨이 주인공이다. 다른 MCU 영화에 조·단역으로 나왔던 캐릭터들이 주인공이 된 영화 ‘썬더볼츠’가 스핀오프를 통한 세계관 확장한 사례로 꼽힌다. 다만 혹평을 받거나 흥행 참패를 겪으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새 어벤져스 시리즈 복귀처럼 원년 캐릭터가 돌아오기도 한다.
이처럼 영상 콘텐츠 산업은 오징어게임이나 MCU처럼 IP가 대형화될수록 제작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출연료 급등으로 제작비 부담이 커질수록 스핀오프는 팬덤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절감하는 주요 전략으로 꼽힌다.
실제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연출한 루소 형제는 2019년 에스콰이어(Esquire UK) 인터뷰에서 배우 출연료가 ‘엄청난 재정적 문제(huge financial issue)’였다고 밝혔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가 한 번에 촬영된 배경이다. 오징어게임도 같은 이유로 스핀오프를 고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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