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의 개화에 대비해 로봇용 카메라 모듈 시장 공략에 나섰다. 스마트폰 중심의 카메라 모듈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로봇이라는 새로운 수요처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23일 업계 소식을 살펴보면 LG이노텍은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기업인 피규어AI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기로 협의했다. 현재 구체적인 물량과 가격 조건을 조율 중이며, 공급 시기는 내년 초로 예상됐다. 피규어AI는 향후 4년간 휴머노이드 로봇 10만대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피규어AI는 2022년 설립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업체다. 엔비디아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했다. 지난해 3월 인공지능(AI) 기반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01’을 공개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5월에는 미국 로봇기업이자 현대자동차그룹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손잡고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탑재할 비전 센싱 시스템 공동 개발에 나섰다. RGB 카메라, 3차원 센서 등 다양한 광학 부품을 통합한 이 시스템은 로봇의 '눈' 역할을 하게 된다.
삼성전기 역시 로봇용 카메라 모듈 개발에 나섰다. 아직 구체적인 고객사나 공급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복수의 로봇 기업과 제품 공급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CES 2024 간담회에서 로봇을 포함한 '미래(Mi-RAE) 프로젝트'를 신성장 동력으로 지목한 적 있다.
향후 협업 가능성이 거론되는 곳으로는 삼성전자의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미국 테슬라의 휴먼로봇이다. 업계에선 테슬라 휴먼로봇과는 삼성전기가 전략적인 협력을 통해 카메라를 개발하고 있으며 공급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사가 로봇용 카메라 모듈 개발과 공급에 적극 나선 배경은 주력사업인 카메라 모듈 사업의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LG이노텍은 최대 고객사 애플의 단가 인하와 경쟁사 추격 등으로 카메라 모듈 사업의 수익성이 하락세다. 카메라 모듈 부문 영업이익은 2022년 8770억원에서 지난해 5966억원으로 감소했다.
삼성전기의 상황도 유사하다. 광학솔루션 부문은 2019년 영업이익 2215억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겪으며, 최근 3년간 연간 1300억원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카메라 모듈 생산량 역시 정체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용 카메라 모듈은 아직 개화 단계에 있는 블루오션 시장"이라며 "정체된 모바일 중심의 카메라 모듈 산업에서 벗어나려는 제조사들의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