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경영진이 주식 매각을 통해 인공지증(AI) 투자 열기에 따른 ‘대박 수익’을 실현했다.
2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등 엔비디아 경영진들은 최근 1년 동안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각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25일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150달러선을 돌파했다. 27일 기준 157.75달러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및 반도체 수출 규제, 중국 AI 모델 딥시크의 충격 등으로 4월 4일 92.11달러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60% 이상 올라갔다. 시가총액은 3조8491억달러(27일 기준)로 전 세계 1위다.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에 달하면서 내부자 매도 행렬이 줄을 이었다. 특히 이달 들어 집중됐다. 보도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지난주 매도를 시작했다. 20일과 23일엔 주식 10만주를 1440만달러에 매각했다. 엔비디아 측은 “황 CEO의 매도는 올해 3월 체결된 사전계획에 따른 것으로 일정과 매각가격이 미리 정해져 있었다”고 밝혔다.
시장정보업체 베리티데이터 벤 실버맨 부사장은 “1분기 주가 급락 당시 매도를 미룬 것은 매우 영리한 선택이었다”며 “그는 주가가 다시 안심할 수준까지 오르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베리티데이터는 주가가 150달러를 넘어서면서 매도 조건이 발동된 것으로 분석했다.
황 CEO는 ‘쿨링오프 기간’(거래계획 후 90일 대기기간) 만료 직후 매도를 시작했다. 이 같은 계획 매도는 내부자 거래 의혹을 피하기 위해 흔히 쓰이는 방식이다. 황 CEO은 연말까지 최대 600만주를 추가 매각할 수 있고 현재 주가 기준으로 9억달러 이상을 더 현금화할 수 있다. 황의 자산은 포브스 기준 1380억달러(약 189조원)에 달한다.
경영진과 이사진의 매도 행렬은 황 CEO에 그치지 않았다. 엔비디아 초기 투자자이자 20년 넘게 이사회에 몸담은 마크 스티븐스 이사는 2일 최대 400만주(약 5억5000만달러)를 매도하겠다고 밝힌 뒤 이 가운데 2억8800만달러어치를 처분했다.
중국 고위 당국자 접촉을 담당하는 제이 푸리 세계 영업부문 부사장은 지난주 약 2500만달러어치 지분을 매각했다. 이사회 멤버인 텐치 콕스와 브룩 시웰도 각각 1억4300만달러, 4800만달러를 매도했다. 콕스는 벤처캐피털 서터힐벤처스 출신으로 엔비디아 창립 초기부터 이사회에 합류했고 시웰은 1997년부터 이사회에 몸담아온 벤처투자 전문가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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