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가 질화갈륨(GaN) 기반 반도체 생산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한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첨단 공정 및 고부가가치 패키징 역량 확보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4일(현지시각) 대만 현지 언론과 고객사 발표 자료에 따르면 TSMC는 2027년 7월 31일을 기점으로 GaN 웨이퍼 파운드리 서비스를 공식 종료할 예정이다. 이는 TSMC와 거래 중이던 미국 나비타스 세미컨덕터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TSMC는 현재 신주과학단지 내 팹5 공장에 구축된 GaN 생산 라인을 올해 7월부터 첨단 패키징 라인으로 순차 전환할 예정이다. 이 공장은 향후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웨이퍼 온 웨이퍼(WoW), 웨이퍼 레벨 시스템 인테그레이션(WLSI) 등 TSMC의 핵심 패키징 기술을 위한 생산 거점으로 재편된다.
이를 통해 TSMC는 기존 클린룸과 인프라를 재활용하면서 투자 효율성과 생산 확장 속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CoWoS 생산능력은 올해 월 7만5000장 수준으로 두 배 증가했으며, 내년에는 9만장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TSMC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아닌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의 공격적인 저가 전략에 따른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현재 중국의 이노사이언스, 삼안광전 등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GaN 전력반도체 시장에서 대규모 설비 투자와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특히 레거시 공정을 활용한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 중이다.
이에 TSMC는 생산 규모가 작고 수익성이 낮은 GaN 사업을 정리하고, 대신 2나노 이하 첨단 공정과 패키징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GaN 부품을 위탁 생산하던 주요 고객인 나비타스는 TSMC의 철수에 따라 생산을 대만 파운드리 업체 PSMC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TSMC 계열사인 VIS 대신 PSMC를 택한 것으로, 양사 간 기술 플랫폼 호환성과 비용 효율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TSMC와 PSMC는 모두 GaN-on-Silicon(질화갈륨-온-실리콘) 공정을 사용하는 반면, VIS는 더 고가의 GaN-on-QST 기반 기술을 채택하고 있어, 생산 이전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TSMC의 GaN 월 생산량은 3000~4000 웨이퍼 수준이며, 이 중 나비타스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고객사였다.
TSMC는 "고객사들과의 원활한 전환을 위해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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