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국정기회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공정위는 정책과제로서 공정한 플랫폼 생태계 구축 등을 보고했고, 국정기회위원회는 온라인플랫폼법(이하 ‘온플법’이라 함) 입법 추진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새 정부에서는 플랫폼에 대한 다양한 규제 입법이 시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에서는 한국이 추진하는 온플법 문제를 무역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따라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초거대 플랫폼에 대한 규제 입법인 플랫폼 독점규제법의 추진은 일단 보류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반면 플랫폼의 입점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입법은 상대적으로 외국과의 통상마찰 이슈도 적고, 중소사업자 보호의 명분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아젠다에 해당하기 때문에 입법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입법 논의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2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과 EU에서 규제 입법 움직임이 나타났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21대 국회에서도 다수의 법안이 제시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플랫폼 생태계가 외국과는 다르고, 특히 가장 강력한 규제 입법이 도입된 EU와는 달리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자국 플랫폼의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반대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어 결국은 자율규제의 방식으로 가다듬어졌다.
하지만 규제 입법 도입 논의가 강하게 나타나는 계기가 된 두 개의 사건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카카오의 데이터센터 화재이고 다른 하나는 소위 티메프 사태이다. 하지만 두 개의 사건 모두 성질상 온라인 플랫폼 자체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 사건은 아니다. 티메프 사태의 경우 티메프의 지급불능 사태가 입점업자들에게 피해를 주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플랫폼 정산 기간 규제 입법 논의는 많다. 그러나 근원적인 문제는 티메프가 오너의 경영실패로 거의 도산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고, 정산 기간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의 시발점은 아니다. 때문에 그로 인한 새로운 규제 입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플랫폼 공정화 법안이 제정되기 위해서는 플랫폼이 이용사업자들에 대해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점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소규모의 거래 플랫폼에서 대기업 전자제품이나 화장품이 팔리는 경우와 같이 오히려 이용사업자들에 플랫폼에 대해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황도 존재한다. 또한 거래가 이뤄지는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직매입, 위탁, 특약 등 다양한 계약형태가 공존하지만 대부분 중개거래가 이뤄지는바, 매도인과 매수인간의 거래를 알선하는 중개자가 거래 당사자에 대해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플랫폼 이용사업자들에게 플랫폼에 대항하는 단체구성권과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온플법안은 법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플랫폼 이용사업자들은 하나의 플랫폼에 전속되어 있지 않고 멀티호밍(Multihoming)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온라인 플랫폼이라고 통칭하고는 있지만 그 플랫폼의 특징과 이용사업자의 형태는 천차만별이다. 예컨대 오픈마켓에서는 소위 입점사업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거래하고, 배달플랫폼에서는 식당업자와 배달업자가, 숙박플랫폼에서는 숙박업자가 거래를 한다. 여기에 구글플레이와 같은 앱마켓플랫폼, 카카오T와 같은 택시 및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 플랫폼, 네이버와 같이 가격비교를 하고 웹툰과 인터넷 방송도 보여주는 포털플랫폼까지 그야말로 플랫폼과 거래를 하는 이용사업자의 개념과 범위는 다양하고 어느 범위까지 확장될지 예상조차 어렵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을 하나의 법률로 규율하고, 똑같은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 가능하거나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만약 플랫폼을 규율할 수 있는 법이 전혀 존재하지 않거나 플랫폼의 불공정거래행위가 너무 많아 규제의 필요성이 시급하다면 별도의 법률을 마련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공정거래법이 있고, 이 법에는 외국법에서는 규율하지 않는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조항이 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서는 대규모유통업법, 전자상거래법, 약관규제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전기통신사업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이 중첩적으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온플법이 시행되는 경우 불공정행위로 규율되어 있는 행위에 대한 법률 간의 충돌이 발생할 우려마저 있다.
전 세계 IT 업계는 이미 AI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고, 새 정부도 AI 인프라 및 기술 개발 지원에 나서고 있다. AI 개발을 위해서는 국내 선도적 온라인 플랫폼들의 협력이 필요할 것인데, 이들의 활동에 중첩적 제약을 가하는 온플법을 제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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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한 교수,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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