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오전, 최근 산업재해로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기 시흥 SPC삼립 시화공장을 찾아 산업현장의 안전 실태를 직접 점검했다. 이날 대통령은 공장 2층 대회의실에서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사고 경위와 근로 환경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해당 공장에서는 지난 5월 19일 50대 여성 근로자가 혼자 기계를 다루다 끼임 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간담회에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 김범수 SPC삼립 대표, 강희석 CJ푸드빌 공장장, 이정현 크라운제과 공장장 등 업계 관계자들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자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사고가 발생한 시간은?”, “근로자는 혼자 근무했는가?”, “근처에 사람이 없었는가?” 등의 질문을 연이어 던졌다. 또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라”며 SPC 측에 답변을 재촉하기도 했다.

SPC삼립이 “일부 근로자들이 주 4일, 12시간 맞교대 근무를 한다”고 밝히자 이 대통령은 “밤에는 졸릴 수밖에 없고 이는 노동 강도가 지나친 탓”이라며 “이런 근무 형태가 법적으로 가능한 것이냐”고 물었다. SPC는 “주 52시간 이내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12시간 교대는 당연히 졸리고, 쓰러지고, 끼일 수 있다. 이는 예측 가능한 일”이라며 “예측 가능한 사고는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기본 임금이 낮다 보니 8시간 3교대로는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 아니냐”며 “이것이 사고의 근본 원인일 수도 있지 않느냐”고 했다. SPC 측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CJ푸드빌과 크라운제과의 근무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CJ는 ‘3조 3교대’를 기본으로 한다고 밝혔고, 크라운제과는 주간 10시간, 야간 9시간으로 근무 시간을 제한한다고 했다. 두 기업 모두 최근 중대재해 사례는 없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게 “장시간 노동 실태를 면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허영인 회장은 “대통령 말씀대로 검토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즉각적인 개선은 어렵겠지만 단계적으로 실행하겠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영자 입장에서는 회사가 망하지 않을까 걱정되겠지만 동시에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지 않을까 두려워해야 한다”며 “한 달 월급 300만원 받는 노동자라고 해서 목숨값이 300만원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현실을 반드시 바꾸겠다”고 밝혔다. 김범수 SPC삼립 대표는 “이번 사고를 SPC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 중대한 경고로 받아들이겠다”며 “안전 경영 전반을 철저히 쇄신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저 역시 산업재해 피해자이며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다”며 “돈 때문에 생명을 희생하는 구조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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