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중대재해 감축에 팔을 걷어붙인 가운데 중대재해 사망자 발생 상위 기업들 상당 부분이 ESG 상장지수펀드(ETF)에 편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패시브 ETF뿐 아니라 펀드매니저가 일부 편출·편입할 수 있는 액티브 ETF에도 있었다. 환경(E)·지배구조(G)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책임투자라는 ESG 가치와 상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사업장 내 사망사고로 물의를 빚었던 대우건설, 한국전력, 현대건설, DL이앤씨, 한화, 한화오션 등 기업이 포함된 ESG ETF가 8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주식형 ESG ETF가 11개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부분 ESG ETF가 이들 기업을 편입해 놓고 있는 것이다.
ETF별로 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ESG’에 대우건설, 현대건설, DL이앤씨, 한화 4곳이 편입됐고 ‘KODEX MSCI KOREA ESG유니버설’엔 한국전력, 한화오션이 들어가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MSCI KOREA ESG유니버설’엔 한국전력과 한화오션이, 브이아이자산운용의 ‘FOCUS ESG리더스’엔 대우건설, DL이앤씨가 각각 포함된 상태다.
펀드매니저가 자산총액의 30% 이상을 편출·편입할 수 있는 액티브 ETF도 비슷했다. 한화자산운용의 ‘PLUS ESG성장주액티브’에 한국전력과 한화오션이, ‘PLUS ESG가치주액티브’에 한국전력, DL이앤씨가 들어가 있다. 우리자산운용의 ‘WON AI ESG액티브’엔 한국전력과 현대건설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ESG액티브’엔 현대건설이 편입됐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산업 현장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기업은 대우건설로 12명이 사망했다. 한국전력과 현대건설이 각 11명으로 뒤를 이었다. 4위는 9명씩 사망한 롯데건설과 DL이앤씨였다. 6위는 한화, 한화오션, 현대엔지니어링, 한국철도공사(각 7명)였고 10위는 계룡건설산업(6명)이었다.
자산운용사는 의지와 상관없이 지수 사업자의 선별 종목에 따른 결과라는 입장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ETF 종목 모두 지수 사업자의 지수를 따라가는 패시브 상품”이라며 “지수 방법론이 변경되지 않으면 운용사 차원에서 종목을 변경할 수 없고 ESG 지수 자체도 중대재해 기업을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는 정의도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도 “ESG ETF 자산총액의 70% 수준을 비교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전략을 사용해 운용한다”며 “지수에서 편출되지 않는 한 임의 편출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ESG 종합등급을 고려해 종목을 선별했다는 곳도 있다. 우리자산운용 관계자는 “(ESG 평가기관인) 지속가능발전소의 AI 기술을 활용해 ESG 점수를 받아 종목을 편입 중이고 ESG 평가 자체는 중대재해와 같은 단일 이슈로 스코어링 되는 게 아니다”며 “중대재해 이슈가 있더라도 다른 지표 점수가 높으면 배제하거나 편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대재해 기업들의 ESG 종합등급은 낮지 않다. 한국ESG기준원 기준 대우건설은 사회 영역에서 B+를 받았으나 환경·지배구조에서 A를 받으며 ESG 통합등급 A를 받았다. 한국전력도 사회 등급이 D였으나 지배구조에서 A등급을 받고 ESG 통합등급 B를 기록했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각각 A로, 한화와 한화오션은 B+로 ESG 통합등급이 평가됐다.
이는 사회 영역에서의 산업안전 비중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ESG기준원은 사회 영역을 대분류 9개, 중분류 26개 지표를 바탕으로 평가한다. 중대재해 부문은 ‘직장 내 안전보건’라는 대분류 안에 속한 요소다. 중대재해에서 받은 감점을 다른 요소로 상쇄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를 두고 ESG 평가 과정에서 사회 영역을, 그 중 중대재해 부문에 가중치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형남 숙명여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ESG메타버스발전연구원 원장)는 “ESG 평가에서 중대재해 평가 항목이 적고 가중치가 낮다”며 “S는 사회적책임이라는 뜻인데 인식 강화를 위해 중대재해 부문에 대한 가중치 상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도 “끼임 사고, 낙상 등 동일한 유형의 재해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기업을 ESG ETF에 편입해선 안 되고 ESG 평가에 있어서도 그런 기업은 더 감점해야 한다”면서 “ESG 정보 공시도 중요한데 ESG 정보를 공개하면 어떤 기업이 어떤 산재 유형을 일으켰는지 나와 투자자들의 책임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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