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침체와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로 배터리 기업들이 가격 인하 압박에 직면했다. 이에 기업들은 AI(인공지능) 전환, 즉 AX(AI Transformation)를 가속화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AI로 개발 속도를 높이고 생산 효율(수율)을 개선하며 불량률을 낮춰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LG엔솔, AI 설계 기간 2주→1일 단축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셀 설계부터 스마트팩토리 운영까지 AI를 전면 도입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모델(LLM) ‘엑사원(EXAONE)’을 기반으로 다양한 AI 솔루션을 고도화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최적 셀 설계 추천 모형’이다. 고객이 원하는 배터리 용량, 에너지 밀도, 저항 등 주요 성능 지표를 입력하면 하루 만에 해당 조건에 맞는 셀 설계를 제안한다. 기존 2주 이상 걸리던 설계 기간을 하루 수준으로 단축했다. 약 10만건의 배터리 셀 설계 데이터를 학습한 생성형 AI 알고리즘이 기반이다.
현재 시범 적용 중으로 이르면 10월부터 사내 셀 개발 시스템과 연동해 본격 활용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배터리 모듈과 팩 설계에도 이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또 사내 지식공유 플랫폼 ‘B-LEX(Battery-LG Energy solution EXplorer)’에 RAG(검색증강생성)와 파인튜닝 기반 챗봇을 도입해 기술문서 Q&A를 자동화했다. 현재 700~800명의 직원이 활용 중이며, 특허 선행조사에도 생성형 AI를 적용해 효율을 높이고 있다.
삼성SDI, AI 기반 ‘차세대 MES’로 품질 선제 대응
삼성SDI는 올해 4월 모든 주요 거점에 ‘차세대 MES(제조실행시스템)’를 구축하고 공장 전체 데이터를 통합·분석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AI로 공정과 설비 이상을 자동 감지하고 문제 발생 전 선제적으로 제어해 장비 고장과 불량률을 줄인다.
또 디지털 트윈 기술로 실시간 물류 지연 예측, 공장 레이아웃 설계 시간 단축, 생산 계획 최적화를 지원한다. 품질 검사에는 AI 기반 ‘Vision AI’를 적용해 고해상도 카메라로 외관 불량을 판별하고, X-ray와 AI를 결합해 배터리 내부 이물질까지 검출한다. 안전성을 높이는 조치다.
연구·개발·품질 부서에 흩어진 비정형 데이터를 통합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생성형 AI를 접목해 설비 문제 해결과 문답 시스템 자동화를 구현했다.
SK온, 장기 계획으로 2028년 자체 LLM 구축
SK온은 연구개발(R&D), 생산, 품질 관리 전반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다른 두 회사가 현재 성과를 내고 있는 것과 달리, 장기적으로 2028년까지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해 AI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제조 공정에는 ‘Vision AI’를 도입했다. 전극, 조립, 화성, 출하 등 각 단계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불량을 빠르게 검출해 육안 검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와 검사자 간 편차를 줄인다. 오검출도 최소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가격 공세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AI는 단순 보조 수단이 아닌 핵심 경쟁력이다”라며 “제품 개발 속도와 품질, 수율을 개선하는 데 AI가 촉매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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