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지역 간 의료 격차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 환경 디지털 전환(DX)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고령 환자들의 진료 효율성을 개선시키고 나아가 의료 본연의 가치를 되찾아 사회적 비용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국민이 원하는 진짜 의료혁신’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의료혁신의 방향을 논의하는 동시에, 첨단기술의 발전이 의료 현장에 가져오는 변화를 점검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는 김광준 에이아이트릭스 대표와 강은경 카카오헬스케어 상무의 주제발표로 시작했다. 이어 최호진 한양대학교구리병원 교수를 좌장으로 강성지 웰트 대표, 김용식 퍼즐에이아이 대표, 선재원 나만의닥터 대표, 김은정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신채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본부장이 참여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우선 김광준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환자가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했는데도 서울에 있는 병원에 방문하기 위해 KTX를 타고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경우가 기사화된 바 있다”며 “현재 지역 간 의료 불균형 문제는 지방 환자들에게 일상화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세브란스 병원 노년 내과의 경우 환자 32%가 대리진료를 받으며, 21% 환자가 비대면진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방에 거주 중인 노년 환자들이 서울 병원에서 진료받기 위해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김 대표는 원격의료와 재택의료가 결합된 기술이 미래 의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꼭 병원을 가지 않아도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통해 집에서 대면 진료 수준의 진료를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의료 환경의 디지털 전환이 사회 경제적으로 환자 입장에서 대면 진료보다 더 나은 기술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의료 AI가 확대된다면 환자는 편안하게, 병원은 효율적으로 진료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강은경 상무는 ‘더 나은 가치의 의료마이데이터’를 주제로 안전한 복약 AI 서비스에 관해 설명했다.
강 상무는 “개인화된 맞춤 의료를 위한 마이데이터는 오랫동안 정부를 통해 구축돼 왔다”며 “이를 통해 고령 환자가 안전하게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한 ‘케어챗’ 서비스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카카오헬스케어가 서비스하는 케어챗은 카카오톡에 기반한 AI 챗봇 병원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료 예약·변경, 접수, 결제, 대기 확인, 전자문진, 증명서 발급 등 다양한 병원 이용 기능을 카카오톡 병원 채널에서 채팅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이화의료원 등 20여개 의료기관이 서비스를 도입한 상태로, 사용자는 각 병원별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강 상무는 “활동과 식습관, 수면패턴은 물론 의료 데이터까지 활용 가능해지면서 의료진은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약물을 처방할 수 있게 됐다”며 “결국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기술로 연결된 환자의 의료 여정은 보다 풍성한 진료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고 말했다.
패널토론에 참가한 선재원 대표 역시 마이데이터와 비대면진료를 통해 안전한 진료와 약 처방이 가능해지고 정밀진단을 기반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특히 반복된 의료진 설명의 번거로움을 줄이고 보다 신속한 판단을 가능하게 만들어 의료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강성지 대표는 “기술 혁신을 통해 의료 효율을 높이고 비용 부담을 낮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러한 기술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소화하고 국민들에게 효능감을 어떤 식으로 설득할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며 “원격의료와 AI 디지털치료제가 활용된다면 진료의 도구를 바꾸는 것뿐 아니라 의료의 질을 바꾸는 혁신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용식 대표는 의료인의 대부분의 업무시간이 의무기록에 소요됨으로 비효율을 줄이고 의료 본연의 가치를 되찾기 위해 대형언어모델(LLM) 기술과 AI 에이전시가 융합된 시스템이 도입돼야 의료 본연의 가치를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효과적인 의료 디지털 전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의료 데이터의 효과적인 연동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은정 조사관은 “한국의 경우 좋은 품질의 의료 데이터가 쌓여 있지만 그 데이터의 소유권이 불분명해 연계가 되지 못하고 활용도 역시 낮은 상황이다”며 “산업적, 의료적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연동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며 의료·건강·복지·활동 데이터·AI 분석을 위한 별도 특별법 또는 통합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채민 본부장은 “의료 마이데이터 사용 시 예기치 못한 사고 등 관리 차원의 정책이 뒷받침돼야 하며 표준화된 상호 데이터가 구축돼야 한다”며 “단 한 번의 정보 유출만으로 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독립적인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불미스러운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보윤 의원은 “우리 사회는 급격한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지역별 의료 격차 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AI 의료 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보건의료 새로운 길 모색함으로써 국민이 일상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진짜 의료 혁신으로 연결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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