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와 알뜰폰 사업자의 휴대폰 불법 개통과 관련한 관리 책임이 대폭 강화된다.

2024년 5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상담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뉴스1
서울 종로구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뉴스1

정부는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범정부 보이스피싱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정부는 최근 기관 사칭 등 교묘한 신종 수법으로 보이스피싱 피해가 늘고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 재산과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는 인식 아래, 기존의 개별 기관 중심 사후 대응을 넘어서는 예방 중심의 선제 대응, 유관 기관 간 통합 협력체계를 골자로 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이번 대책은 ‘예방 중심의 유관 기관 통합 대응을 통한 보이스피싱 근절’이 정책 목표다. 이에 ▲대응 거버넌스 개편 ▲예방 중심·선제 대응 ▲배상책임·처벌 강화 등 3대 전략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먼저 이동통신사는 휴대전화 개통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식별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외국인 가입자가 급증하는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이동통신사는 대리점과 판매점을 상시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해야 한다.

정부는 이통사의 관리 의무 소홀로 불법 개통 사례가 다수 발생한 경우 등록 취소 또는 영업 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계획이다. 고의 또는 중과실로 불법 개통을 묵인한 대리점·판매점은 이동통신사가 위탁 계약을 반드시 해지하도록 의무화한다. 이를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2025년 9월부터 경찰청 중심으로 관계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보이스피싱 통합대응단’을 운영한다. 기존 43명 규모의 상주 인력을 137명으로 대폭 확대하고, 운영 시간도 평일 주간에서 연중무휴 24시간 체계로 전환한다. 상담·분석·차단·수사까지 연계하는 실시간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전담 인력을 배치해 범죄 이용 전화번호는 10분 이내에 긴급 차단할 방침이다.

또한 이용자의 휴대전화에 악성 앱이 설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문자사업자–이동통신사–개별 단말기까지 연결되는 3중 차단 체계를 구축한다.

정부는 대량 문자 전송을 제공하는 모든 문자사업자에 ‘악성 문자 탐지·차단 시스템(X-ray)’을 의무 적용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악성 문자 전송을 1차로 차단하도록 한다. X-ray를 통과한 악성 문자나 개인이 발송한 악성 문자는 2차로 이통사가 문자에 포함된 URL 차단, 전화번호 위변조 여부 확인 등을 통해 수신을 차단한다. 1·2차 단계에서 차단되지 않은 문자나 SNS 피싱 문자는 스마트폰 제조사와 협력해 2015년 이후 출시된 구형 단말기를 포함해 ‘악성 앱 설치 자동 방지 기능’을 통해 최종 차단한다.

범죄에 사용된 전화번호의 실제 이용 중지를 위해 오랜 시간이 소요되던 문제도 개선된다. 정부는 통합대응단에 제보된 범죄 이용 전화번호에 대해 ‘긴급 차단’ 제도를 도입해 신속히 임시 차단할 방침이다.

대포폰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휴대전화 가입 시 본인 확인 절차도 강화된다. 전화번호 변작에 사용되는 사설 중계기의 사용은 전면 금지된다. 외국인 명의 개통은 기존 2회선에서 1회선으로 제한되며, 개통 시에는 ‘안면 인식 솔루션’을 통해 신분증 사진과 실제 얼굴 일치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외국인등록증도 국내 신분증과 마찬가지로 텍스트 정보와 사진 정보를 모두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보이스피싱 관련 금융·통신·수사 등 모든 정보를 통합한 ‘보이스피싱 AI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기반 패턴 분석을 통해 범죄 의심 계좌를 조기에 식별하고, 피해 발생 전에 해당 계좌를 사전 지급 정지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사회적·산업적으로 꼭 필요한 AI 기술 개발에 개인정보 원본 활용을 허용하고,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를 위한 자료 제공 특례 등 관련법도 새로 마련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 등 보이스피싱 예방에 책임 있는 주체가 피해 금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 실효성 있는 예방 노력과 내실 있는 피해 구제가 이뤄지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