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폐렴구균 예방접종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20가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20’이 국가예방접종(NIP)을 통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폐렴구균 백신 시장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폐렴구균. / AI 생성 이미지
폐렴구균. / AI 생성 이미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존 13가, 15가 백신에 이어 20가 백신까지 국가 지원 사업에 포함되면서 시장 구도뿐 아니라 접종 패턴까지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된다.

화이자의 프리베나20은 2024년 10월 31일 식약처 허가를 받은 최신 단백결합 백신이다. 기존 프리베나13에 비해 7가지 혈청형을 추가해 총 20가지 혈청형을 커버한다. 국내에서 허가된 폐렴구균 단백결합 백신 가운데 가장 많은 혈청형을 포함해 기존 백신이 막지 못했던 유행 혈청형까지 예방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특히 영유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침습성 폐렴구균 감염(IPD)을 보다 폭넓게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프리베나20의 접종 일정은 기존과 동일하다. 생후 2·4·6개월에 기본 3회 접종 후 12~15개월 사이 1회 추가 접종을 한다. 다만 이번에 새롭게 바뀐 점은 교차 접종 허용이다. 이미 프리베나13으로 접종을 시작한 경우라도 중도부터 프리베나20으로 이어갈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13가로 접종을 시작한 영아가 남은 일정을 20가로 이어가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도 “예방 범위가 넓은 최신 백신으로 넘어가려는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질병청은 15가 백신으로 시작한 영아에게 20가 백신으로 접종을 마무리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기존 15가로 접종을 완료해도 유의미한 폐렴구균 방어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면역저하, 만성질환, 인공와우 이식 등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군 소아·청소년 역시 이번 NIP 지원 확대로 혜택을 볼 전망이다.

특히 지원 연령 상한이 기존 만 12세에서 18세로 확대돼 더 많은 청소년이 무료 접종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고위험군 보호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공중보건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이에 시장의 판도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프리베나13을 통해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구축해온 화이자와 유통을 맡은 한국백신은 프리베나20 도입으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반면 2024년부터 15가 백신 ‘박스뉴반스’를 공급해온 MSD 진영은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MSD측은 혈청형 개수가 많을수록 면역원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존재한다며 박스뉴반스가 기존 백신 대비 높은 면역원성을 보였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도 있다. 바로 성인 맞춤형 21가 백신 ‘캡박시브’의 국내 상륙이다. MSD가 개발한 이 백신은 202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데 이어 국내에서도 사용이 승인됐다.

캡박시브는 8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침습적 질환 및 폐렴 예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품목허가받았다. 특히 이 백신은 50세 이상 환자에서 발병하는 폐렴구균 질환의 84%를 커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회 0.5㎖를 근육주사 하는 방식으로 투여된다.

캡박시브는 기존 20가 백신보다 더 많은 혈청형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특히 성인에게 흔한 15A, 23B, 35B 등 8가지 고유 혈청형을 포함해 고위험 성인 환자군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폐렴구균은 여전히 주요 사망 원인균 중 하나다. 2021년 기준 국내에서 폐렴은 사망 원인 3위, 호흡기 감염증 사망 원인 1위였다. 세계적으로도 매년 수십만 명의 영유아와 청소년이 폐렴으로 목숨을 잃는다.

전문가들은 더 많은 혈청형을 포함하는 백신이 도입될수록 예방 효과는 커지고, 공중보건적 파급력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20가에 이어 21가 백신까지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 소아·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시장에서도 경쟁 구도가 새롭게 짜일 것”이라며 “꼭 숫자가 높다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백신이 국내에 도입된다는 점이 국가 보건의료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