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의 인천-괌 노선 운항 중단을 둘러싼 논란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통합 대한항공’ 시정조치로 번지고 있다. 제주항공의 갑작스런 운항 중단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이에 공정위는 시정조치에 이미 시장 변동성을 고려한 유연성 있는 내용을 담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 항공기가 대한항공 항공기 위로 이륙하고 있다. / 뉴스1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 항공기가 대한항공 항공기 위로 이륙하고 있다. / 뉴스1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오는 10월부터 3월 28일까지 인천-괌, 부산-베트남 다낭 노선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인천-괌 노선 운항 중단은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 2012년 9월 운항 이후 13년 만이며 부산-다낭 노선은 2018년 3월 이후 첫 중단이다.

제주항공의 이번 노선 운항 중단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따른 공정위의 시정조치 이행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산하 LCC들이 해당 노선에 공급을 늘리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024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며 운임 인상 등이 우려되는 40개 노선에 대해 공급 좌석 수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90% 이상을 유지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과 산하 LCC는 최근 좌석 수 확대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최근 인천-괌 노선을 주 14회에서 21회로, 진에어는 주 7회에서 14회로 늘렸다. 에어서울은 오는 10월 26일부터 주 7회 일정으로 운항 재개한다. 에어서울의 이번 괌 노선 재운항은 2022년 11월 중단 이후 3년 만이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산하 LCC들의 운항 횟수만 주 42회로 기존 21회에서 두 배 늘었다.

부산-다낭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이 8월 한 달간 부정기편을 운항한 데 이어 아시나항공이 오는 9월 1일부터 정기편을 운항한다. 에어부산은 오는 8월 3일부터 30일까지 기존 주 7회에서 주 11회로 증편한다. 10월 1일부터는 주 14회까지 확대한다.

문제는 공급과잉이다. 수요는 줄었는데 좌석 공급이 늘게 됐다. 인천-괌 노선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출·도착 기준 37만8268명으로 2019년 동기 66만9288명 대비 43.5% 감소했다.

이러한 공급과잉은 시장 혼란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불과 두 달 전 특가 판매까지 하던 제주항공의 갑작스러운 인천-괌 노선 운항 중단에 소비자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6월 정기 프로모션 ‘찜(JJIM) 특가’를 통해 인천-괌 노선을 판매했지만 오는 10월 이후 탑승 예정인 예약자에게 순차적으로 결항 통보를 안내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위약금 없는 전액 환불, 타사 항공편 안내와 차액 발생 시 보상 등에 나섰지만 항공편 이외 숙소, 렌터카 등을 예약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갑작스러운 운항 중단에 대해 특가를 내놓을 당시만 해도 다른 항공사들의 좌석 수가 이정도까지 늘게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부산-다낭 노선에 중대형기로 분류되는 A330-300을 투입하는 등 중대형기가 필요 없는 노선에도 공급 좌석 수를 맞추기 위해 이를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항공업계 공급과잉으로 인한 시장 혼란 지적에 대해 시장 변동성을 고려해 이미 유연성 있는 시정조치를 내놓았다는 입장이다. 3년 마다 시정조치를 재평가하는 만큼 향후 시정조치의 변동 가능성도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항공업계 공급과잉에 대한 지적은 제주항공의 항공편 운항 중단 문제로 이슈가 됐는데 제주항공의 경우 이미 특가 판매로 해당 항공편에 좌석을 이미 판매한 상황에서 항공편 공급과잉을 말하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이미 판매를 완료했다는 건 수요가 충분했다는 것이다”고 했다.

이어 그는 “시정조치 방안을 내놓을 당시 모든 시장 상황과 변수를 고려해 만들었다”며 “2019년 대비 90% 이상 좌석 수 유지는 2019년 보다 10% 적은 수준으로 유지해도 된다는 의미로 이미 유연성 있는 시정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럼에도 시장 상황이 더 변동될 수 있기 때문에 3년 마다 시정조치를 재평가할 수 있는 단서 조항을 달아 시정조치를 바꿀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