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제조사 브로드컴이 국내 업체들을 상대로 ‘부품 강매’ 의혹을 받자 13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마련하고 자진 시정에 나서기로 했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브로드컴이 제출한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기업이 위법 여부가 확정되기 전 스스로 시정방안을 내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조사를 마무리하는 제도다.
앞서 브로드컴은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에 자사 시스템반도체 부품만 사용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브로드컴은 지난해 10월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고, 올해 1월 동의의결 절차가 개시됐다.
상생안에는 ▲시스템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교육 과정 지원 ▲중소기업 대상 반도체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 제공 등이 포함됐다. 브로드컴은 이를 위해 130 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고, 해당 프로그램은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운영한다.
아울러 브로드컴은 앞으로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 등 거래 상대방에게 자사 시스템반도체만 탑재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 거래 상대방이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려 한다는 이유로 기존 계약 내용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도 금지된다.
재발 방지를 위해 자율준수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 임직원 대상 공정거래법 교육을 매년 1회 이상 실시하고, 시정방안 이행 여부를 2031년까지 매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의 시정안이 국내 시스템반도체 시장 질서를 개선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과거 브로드컴의 유사 사례를 동의의결로 처리한 점도 고려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브로드컴이 제시한 시정·상생 방안을 성실히 이행하는지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시스템반도체 산업에서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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