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정책연구센터(CEPR)가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타결한 무역 합의에 대해 “어리석은 결정”이라 평가했다. 특히 한국이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 위해 3500억달러(약 488조원) 규모 대미 투자를 제안한 것에 대해, 투자액의 20분의 1만 써도 실제 피해에 대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조선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조선DB

딘 베이커(Dean Baker) CEPR 선임경제학자는 11일(현지시각) 올린 글을 통해 “일본과 한국이 관세를 낮추는 대가로 각각 5500억달러(약 766조원)와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이 트럼프의 표현대로라면, 투자 선택은 매우 어리석은 선택”이라 밝혔다.

그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 “한국은 지난해 GDP의 약 7.3% 정도인 1320억달러 규모의 상품을 미국에 수출했다. 15% 관세로 수출이 5% 감소하면 규모는 1250억달러 정도다. 여기서 25% 관세가 적용돼 수출이 10% 더 줄면 그 규모는 125억달러 정도고, GDP의 0.7% 정도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는 한국에 125억달러 수출 규모 보전을 위해 3500억달러 투자를 요구한 것”이라며 “이 투자 비용의 20분의 1 정도만을 수출 손실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과 노동자를 지원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도 또한 우려점으로 꼽혔다. 딘 베이커는 “트럼프는 거래에 얽매이지 않는다”며 “이 협의 이후 내년에 다시 새로운 조건을 받아들여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 견제를 위한 군사적 지원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선택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들며 ‘어리석은 전략’이라 평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이 직면한 상황이 유럽과는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딘 베이커는 “유럽의 총 GDP는 러시아보다 5배 이상 크고, 러시아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며 “한국과 일본은 다르다. 대만을 합쳐도 경제 규모가 중국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미국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면 중국과 어느 정도는 합의해야 할 것”이라 전망했다.

한편, 한국은 지난 7월 말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하며 미국이 한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던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3500억달러 투자에 대해 투자처와 수익 배분에 대한 이견 등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