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소액결제 침해사고로 대규모 고객 불만과 정치권 질타에 직면했다. 김영섭 대표 체제 아래 실적 개선과 통신주 1위 탈환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보안 부실이 드러나면서 기업 신뢰도는 급락했다.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9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웨스트 사옥에서 소액결제 피해 관련 기자 브리핑에 앞서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 뉴스1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9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웨스트 사옥에서 소액결제 피해 관련 기자 브리핑에 앞서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 뉴스1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9월 10일 기준으로 KT가 자체 집계한 소액결제 침해사고 피해자는 278명으로 피해액은 약 1억7000만원에 달한다. 침해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초소형 기지국(펨토셀) 2대의 신호를 수신한 고객은 총 1만9000명으로 국제모바일가입자식별번호(IMSI)가 유출된 정황이 있는 고객은 5561명이다.

해킹 불안 여론은 폭발적으로 확산했다. 11일 오후 6시 기준 KT 고객센터에 접수된 문의는 총 9만2034건에 달한다. 시민단체들도 KT의 통신보안 강화를 촉구했다. 민생경제연구소, 서울YMCA 시민중계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한국소비자연맹 등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KT는 통신보안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고 전까지 KT 분위기는 긍정적이었다. 2023년 8월 취임한 김영섭 대표는 ‘재무통’ 출신답게 과감한 비용 절감과 인공지능(AI) 전략을 앞세워 조직 체질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대표 취임 당시 3만3050원이던 KT 주가는 2024년 3월 5만원대를 돌파했다. 15년 만의 일이었다. KT는 22년간 통신주 1위를 지켜온 SK텔레콤을 제치고 주가 기준 1위에 올라섰다.

실적도 눈에 띄었다.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7조4274억원, 영업이익은 1조148억원으로, 창사 이래 첫 분기 영업이익 1조원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었다.

KT는 실적 발표 직후 “B2B AI 전환(AX)을 중심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AICT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성실히 이행해 KT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8월 들어 KT의 대외 신뢰도와 기업 평가는 빠르게 하락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5개 팀 선정에서 탈락했고 이어서 발생한 보안 사고로 회사 이미지는 급격히 실추됐다.

KT의 침해사고 대응이 늦어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일부에서 침해사건 은폐·축소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 이 또한 분명히 밝혀 책임을 명확히 물어야 한다”고 질책했다. 통신사 CEO를 향한 대통령의 공개 질타는 이례적이다.

결국 김 대표는 11일 직접 언론 브리핑에 나서 “KT를 아껴주시는 국민과 고객, 유관 기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후에도 국회로부터 청문회 출석 요구를 받는 등 파장은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오르고 실적이 개선됐다고 해도, 통신 사업의 본질적 경쟁력에서 변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라며 “이번 실적은 결국 부동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 덕분이 아니냐. 보안사고 관련 후폭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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