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통업체들이 직접 자체 브랜드를 내세운 ‘PB(Private-Brand)상품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이 PB 상품 납품을 통해 수익에 상당한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PB 상품 유통 모델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유통학회와 한국온라인쇼핑협회, IT조선이 'PB거래의 실제 효과'를 주제로 23일 개최한 ‘2025 온라인유통산업 제 3회 웨비나’에서는 전문가들이 실증 결과를 기반으로 PB상품이 시장에 미치는 실제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정연승 교수(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장, 전 한국유통학회장)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이번 웨비나에서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와 김동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PB상품 유통 구조와 수익성 등을 분석하고, 향후 지속가능성을 위한 방안을 제안했다. 

'PB 거래의 실제 효과'를 주제로 진행한 온라인유통산업 웨비나의 좌장을 맡은 정연승 교수(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장, 전 한국유통학회장)가 발언하고 있다. / 웨비나 영상 갈무리
'PB 거래의 실제 효과'를 주제로 진행한 온라인유통산업 웨비나의 좌장을 맡은 정연승 교수(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장, 전 한국유통학회장)가 발언하고 있다. / 웨비나 영상 갈무리

PB상품 효과 분명하지만 기업들 가치 과소평가해

강형구 한양대학교 경영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 웨비나 영상 갈무리
강형구 한양대학교 경영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 웨비나 영상 갈무리

강형구 한양대학교 경영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웨비나를 통해 ‘PB제품 이익률 및 납품업체 성과분석’에 대해 발표했다. 강형구 교수는 “분석 결과 PB납품 기업의 66.4%가 양의 순편익을 달성해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평균 순편익은 9억9000만원 정도로 나타났지만 평균값보다 중앙값이 높아, 큰 편익을 받은 일부 기업이 있다”고 해석했다.

PB납품을 통한 가장 큰 편익 요소는 ‘매출 증가’가 꼽혔고 평균 편익은 10억6500만원 정도가 제시됐다. 물류비와 추가 인건비가 늘어난 부분에 대해서는 매출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하며, 오히려 매출 증가 대비 부담이 적다고 지적했다. 순편익률도 평균값은 5.5%지만 중앙값은 1.56%로 차이가 크고, 이는 큰 이익을 본 소수의 스타 셀러들에 따른 영향으로 해석됐다. 

업종별 분석에서는 신선식품 업종이 순편익이 평균 23억9900만원으로 가장 크고, 스포츠, 레저에서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선식품의 순편익이 큰 이유로는 PB 브랜드의 효과 중 ‘품질’ 이미지 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 PB 브랜드의 품질 이미지는 ‘괜찮다’ 정도에 그치고 그 이상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됐다. 강형구 교수는 “신선식품의 PB 브랜드는 ‘괜찮다’는 것이고, 그 이상의 가치로 올라가는 건 하기 나름이다. 합리적 이미지로 포지셔닝하면 성장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업종별 순편익률에서는 PB 브랜드의 가치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며, 품질 이상의 ‘가치’ 측면이 강조되는 부분은 성과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 규모별 효과에서는 100명 이상 기업이 상대적으로 큰 효과가 나타났고, 순편익률은 10~30명대의 기업이 PB를 통해 큰 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체 브랜드 역량을 갖춘 규모 있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PB 효과가 적고, 너무 작은 기업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힘든 문제가 지적됐다.

결과적으로, 온라인 매출 비중이 큰 회사들이 쿠팡을 통해 납품할 때 가장 큰 효과가 나오고, 이는 PB 브랜드의 ‘품질’ 이미지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 요약됐다. 하지만 기업들이 PB납품의 가치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강형구 교수는 “PB납품의 순편익은 5.55%지만 이 기회에 대한 비용 지불 의사는 매출액 대비 1% 미만이 대부분”이라며 “많은 셀러들이 PB 계약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PB 만능 해법 아냐, 지속 가능하려면 효율 높여야

김동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웨비나 영상 갈무리
김동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웨비나 영상 갈무리

김동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웨비나에서 ‘PB와 3P(외부판매) 모델의 유통 비용 구조 및 수익성 분석’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동현 교수는 “많은 유통업체들이 PB를 만능으로 여긴다. 하지만 항상 PB가 수익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라며 “PB가 제품 개당 이익에서 우위가 있지만 추가 운영비 1원당 수익 창출은 0.41원으로 낮다. 투자효율성에서도 ROI 0.41배로 ‘개선 필요’ 수준이다. 구조적 개선 없이는 지속가능성에 위험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PB의 경우 유통사가 브랜드와 재고위험 등을 안고 가는 ‘고위험 고수익’형 모델이고, 3P 모델은 비즈니스 중개형으로 안정적 수수료와 낮은 운영 부담이 특징이다. 국내의 규제 환경도 PB운영에 어려움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교수는 “현재 국내 규제 환경에서는 유통업체가 PB 운영에서 납품단가를 인하하거나 판촉비 전가로 손실을 메우는 것이 불가능하다. 내부 효율화만이 유일한 수익성 확보 방법이다”라고 지적했다.

제품 경쟁력도 외부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분석 조건에서는 가격이 6% 낮아지거나 제조원가가 7.4% 높아지는 경우, 반품률이 11.4%p(퍼센트포인트) 높아지는 등의 변수가 생기면 PB의 우위가 상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김동현 교수는 “무리한 가격경쟁을 피해야 PB를 지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동현 교수는 PB사업이전체 실적에서 대규모 손실을 만드는 것과 관련해 “원인은 과도한 가격 경쟁과 카테고리 선정 실패 측면도 있겠지만, PB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한 결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향후 PB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생각해야 할 점으로는 현실적인 가격대와 카테고리별 균형 모델, 운영 효율화 등을 꼽았다. 이 중 카테고리별 최적 모델로는 패션과 뷰티 부분에서 PB를, 식품은 3P 중심 선별적 PB를, 전자는 3P를 우선할 것을 제안했다. 김동현 교수는 “PB는 만능 해법이 아니고 경제성은 조건부다. 과도한 저가 전략은 지속 불가능하고, 카테고리 선택이 중요하다. 카테고리별 판매모델 균형과 운영 효율화를 거둬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PB상품, 제조와 유통 간 최적 지점 고민해야

좌측부터 김동현 중앙대 교수, 강형구 한양대 교수, 정연승 단국대 교수, 이호택 계명대 교수, 최정혜 연세대 교수, 강신영 놀이터컴퍼니 대표 / 웨비나 영상 갈무리
좌측부터 김동현 중앙대 교수, 강형구 한양대 교수, 정연승 단국대 교수, 이호택 계명대 교수, 최정혜 연세대 교수, 강신영 놀이터컴퍼니 대표 / 웨비나 영상 갈무리

발표에 이어 진행한 토론에서 이호택 계명대학교 교수는 이번 웨비나에서 “PB의 지속가능성은 ‘관계’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 대형 거래처 확보와 브랜드 역량 부족에 대한 레버리지 효과 등은 자체 브랜드 대비 납품 가격이 낮아도 매력이 될 것이다. 유통업체에도 경쟁력있는 제품이나 안정적 생태계 등에서 매력이 있을 것이다”라 언급했다. 또한 “일부에서는 유통업체의 강요로 공급업체가 자체 브랜드를 버리고 PB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관점을 고려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정혜 연세대학교 교수는 “PB는 개별 상품 마진이 높지만 운영 부담도 높아서 카테고리 선택이 중요하다”며 “식품이나 생필품의 PB는 고객 유입 등에서 유리하지만 과도한 저가 전략이 지속 가능한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패션, 뷰티는 차별화가 가능해 유통 플랫폼의 경쟁력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뷰티 카테고리의 PB상품 가격대는 저가에만 국한되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제조사의 입장에서 PB는 매출 성장에 도움이 되지만, 특정 채널 의존도가 커지면 상황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를 복수 채널로 안정화해 플랫폼간 시너지를 키울 수도 있다”고 제시했다. 또한 “자체 브랜드 자산이 없으면 기업 가치 상승에 한계가 있다. PB 경험을 브랜드 자산으로 만드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신영 놀이터컴퍼니 대표는 “업체의 입장에서 PB납품 여부에 따른 영향은 명확하다”며 “고정 수요를 통한 안정감과 함께 PB납품 과정에서의 제조환경 개선이나 제품에 기재된 제조사명으로 간접적 영업 효과, PB상품의 수출 사례 등까지 다양한 이점이 있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PB가 없으면 힘들어지는 게 현실이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현재는 자체 PB 브랜드를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줄이고 있다. PB에 집중하는 시기와 자체 브랜드를 키울 단계가 따로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좌장을 맡은 정연승 교수는 “PB는 사용자들에 다양성과 선택권을 넓혀 주며, 유통사가 이런 제품을 많이 사면서 중소 제조업과 소상공인에 안정적인 기회를 주는 등의 효과도 알려질 필요가 있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PB는 전통적으로 오프라인에서 발전했지만 지금은 온라인에서도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 됐다”며 “한국의 PB 경쟁력은 유통산업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정책적으로도 PB를 제조와 유통이 공생해 발전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으로 볼 필요가 있겠다”고 마무리했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