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의 국내 영업은 중장기적으로 성장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 가계부채 누적, 수익구조의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진출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현지화와 대형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전방안’ 세미나에서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발표하고 있다./한재희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전방안’ 세미나에서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발표하고 있다./한재희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전방안’ 세미나에서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 경제는 인적자본에 의존해 성장해 왔으나 고령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저하는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가계부채 수준이 이미 높은 만큼 추가적인 확대가 부담스럽고, 은행 수익의 양대 축인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모두 더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금융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가운데, 금융사들의 새로운 활로는 해외 진출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되면서 대외 투자 여력은 확대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사 해외 진출 규모도 빠르게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의 해외 점포 수는 2010년 333개에서 지난해 469개로 증가했으며, 금융·보험권의 해외 직접투자 비중도 크게 확대됐다.

다만 순이익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금융권 해외 점포의 순이익은 점차 늘고 있으나 절대 규모는 아직 작다”며 “은행의 경우 국내와 해외의 수익률이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으나,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국내 금융사의 해외 점포 순이익 비중은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해외에서의 성과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소규모 점포 위주 진출과 중복 영업으로 현지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며 “자산 비중도 전체의 8%에 그쳐 규모의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일본 금융사의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 은행들은 현지 유력 은행을 지분 인수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소매금융 시장에 진입했고, 현지 인재 채용과 자율성을 강조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며 “동남아 등 특정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진출하며 네트워크를 확대해 경쟁력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금융사들의 진출은 동남아에 소규모·중복적으로 이뤄지면서 경쟁력이 제한됐다”며 “개별 금융사의 단독 진출보다는 컨소시엄을 통한 대형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금융기관이 함께 참여해 펀드를 조성, 대형 금융사를 공동으로 인수하는 방식과 국내 은행들이 자체 컨소시엄을 꾸려 현지 금융사를 직접 인수하는 방식 등을 제안했다. 두 모델 모두 대형화와 현지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또한 해외 진출 시 정책적 뒷받침도 요구됐다. 그는 “해외 인수·합병 과정과 철수 과정에서 당국 지원이 필요하며, 원화 안정성이 확보돼야 글로벌 금융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