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회동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CEO 서밋’이 단순 경제 포럼을 넘어 글로벌 기술 패권 구도의 시험대로 부상하고 있다.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과 최태원 SK 회장(오른쪽)이 8월 2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 SK그룹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과 최태원 SK 회장(오른쪽)이 8월 2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 SK그룹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공식 부대행사인 ‘APEC CEO 서밋’이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간 경주에서 열린다.

정부와 재계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 수장을 행사에 초청하기 위해 막판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방한 첫 일정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별도 회동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부품으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과 차세대 로봇 등 제조업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이재용 회장과 황 CEO의 만남에 시선이 쏠린다. 삼성전자의 5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인 HBM3E는 현재 엔비디아의 퀄리피케이션 테스트(품질 인증 시험)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삼성이 HBM, 파운드리, 디스플레이 패널 등 핵심 사업에서 글로벌 빅테크와 추가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AI 수요 확대의 대표적 수혜 기업으로 평가받는 만큼 이번 CEO 서밋을 계기로 차세대 HBM4 공급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은 올해 초 CES에서 황 CEO와 만나 HBM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8월에는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도 이 회장과 함께 황 CEO를 만났다.

아울러 구글 순다르 피차이 CEO, 애플 팀 쿡 CEO, 메타 마크 저커버그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글로벌 빅테크 대표들의 참석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낼 경우 APEC CEO 서밋은 단순한 경제 포럼을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술 패권과 산업 연대 구도를 좌우할 전략 무대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CEO들과의 만남이 향후 HBM, 반도체, 로봇, AI 등 미래 산업 협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APEC CEO 서밋은 단순한 경제 포럼이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술 패권과 산업 연대 구도를 가르는 전략 무대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