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권과 관련해서는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과 메리츠금융의 김용범 부회장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시중은행장들이 빠진 증인 명단이 확정되면서 맹탕 국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는 지난달 29일 전체회의에서 일반 증인 32명과 참고인 9명 등 총 41명의 명단을 확정했다. 핵심 인물은 단연 김병주 회장이다. 오는 14일 열리는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김 회장은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에 이어 롯데카드 해킹 사태 등 굵직한 사안의 중심에 서 있다. 김 회장이 국감장에 선다면 여야 의원으로부터 ‘사모펀드식 먹튀의 전형’이라는 질타를 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회장은 앞서 지난 3월 정무위 현안 질의와 이달 과방위 청문회에 불참한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출석을 거부할 경우 정무위 국감이 다시 ‘빈손 국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메리츠금융 김용범 부회장도 도마 위에 오른다. 금융감독원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그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대보증 문제와 건전성 관리 부실에 대한 질문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하도급업체가 원도급업체의 보증 책임을 떠안는 관행이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메리츠증권은 6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익스포저가 127%에 이를 정도로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고 계열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투자 비중이 높은 만큼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홈플러스 대출 건, 최근 검찰이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그룹 본사를 압수수색 한 만큼 이에 대한 질의도 나올 수 있다.
또 다른 관심사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오경석 대표다. 그는 오는 20일 금융위원회 국감 증인석에 출석한다.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위반, 해킹 연루 의혹, 상장 심사 과정의 불투명성 등 가상자산 시장을 둘러싼 불신이 집중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금융권 최고 책임자들의 부재다. 올해 국감 증인 명단에는 금융지주 회장과 시중은행장이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가계부채 증가, 내부통제 부실, 보이스피싱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작 책임자들은 모두 빠졌다.
이에 대해 정무위 윤한홍 위원장은 “종합감사 전까지 추가 증인 채택이 가능하다”며 “책임 있는 인사가 국회에 나올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추가 증인이 채택될지는 미지수다. 금융권 수장들이 끝내 증인석에 오르지 않는다면 이번 국감은 민생 현안을 외면한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 있다.
한편 올해 정무위 국감은 추석 연휴 이후인 14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20일 금융위원회, 21일 금융감독원, 28일 종합감사 순으로 진행된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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