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ICT(정보통신기술) 기업 후지쯔가 미국 엔비디아와 손잡고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차세대 로봇 기술 개발에 나선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IT 기업과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이 협력해 ‘AI 인프라’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일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후지쯔는 3일 엔비디아와 AI 분야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두 기업은 AI용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고 로봇 제어에 AI를 접목한 ‘피지컬(물리적) AI’ 분야에서도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핵심은 AI 반도체다. 후지쯔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엔비디아의 GPU를 기판이나 서버 안에서 초고속으로 연결하는 기술을 적용한다. GPU·CPU 등 여러 칩을 사실상 ‘하나의 칩’처럼 동작하게 하는 엔비디아의 첨단 연결 기술이 활용된다. 후지쯔 반도체는 그동안 일본 슈퍼컴퓨터 후가쿠(Fugaku)에 쓰여왔으나 이번 협력을 계기로 AI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날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키타 다카히토 후지쯔 사장은 “AI가 구동하는 사회 실현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일본의 AI 인프라 기반을 구축하겠다”며 협력의 의미를 강조했다.
양사는 야스카와덴키와 함께 피지컬 AI 개발에도 나선다. 후지쓰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야스카와덴키의 산업용 로봇에 적용해 자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또 복잡한 작업을 스스로 처리하는 ‘AI 에이전트’ 개발에도 협력해 엔비디아의 개발 지원 툴과 후지쓰의 응용기술을 결합할 방침이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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