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이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혁신 기업들이 겪는 자금 공백(미싱 미들, Missing Middle)을 해소할 수 있는 성장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병운 사장은 15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금융투자업은 ‘기업금융 기능’ 복원에 나서야 한다”며 “첨단산업 내 혁신기업을 육성하고 구조조정 금융을 통해 부실산업을 재편하는 역할 수행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윤 사장은 미싱 미들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미싱 미들이란 시리즈 B·C 단계(사업 확장기)의 자금 공백을 뜻한다. 창업 후 중간에 의미 있는 스케일업을 이루고 기업공개(IPO)로 가는 해외 스타트업과 달리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이 단계가 생략되면서 초반에 엑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탈로부터 몇 차례 펀딩을 받고 급하게 IPO 단계를 거치며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상장한다는 얘기다.
윤 사장은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IPO를 해서 IPO 때 들어오는 ‘프레시 머니’가 충분하지 않아 성장의 한계를 느끼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라며 “중간에 생략된 미싱 미들을 살려서 의미 있는 자금이 공급되면 우리나라 성장 기업들이 의미 있는 성장을 하면서 IPO 위에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싱 미들을 해소할 방안으로 그로스PE(성장형 사모투자)와 메자닌PD(지분·채권 결합형 투자) 등 주식과 채권의 장점을 결합한 투자 방식을 거론했다.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 펀딩을 받으면 기존 파운더(창업자)의 지분율 희석되는 결과가 있어서 나중에 IPO하고 나서 회사 경영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거버넌스를 획기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윤 사장은 “미국·영국에선 미싱 미들을 채우기 위해 메자닌PD와 그로스PE가 활용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선 활성화돼 있지 않다”며 “메자닌PD로는 조건부지분인수계약, 조건부지분전환계약이 있는데 퍼지지 않았다. 국내 PE는 바이아웃 위주라 그로스PE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해법으로 증권사가 앞장서 메자닌PD 발행 주선, 총액인수를 통한 투자수단 제공, 세컨더리 마켓 유동성 공급, M&A 주선 등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사장은 “복잡하게 투자를 받다 보니까 지분구조가 상당히 복잡한 업체들이 있다”며 “증권사가 나서서 복잡한 지분구조를 단순화해서 추가 투자를 수월하게 받을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통 주력산업에 대해선 재생·재활을 통한 재편이 수반돼야 한다고 짚었다. 윤 사장은 “철강·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은 수익성 저하와 경쟁력 악화로 구조적 부실이 심화됐다”며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과 금융권의 실행이 결합돼야 하고 금융투자회사가 NPL(부실채권) 등 구조조정펀드와 M&A 자문·인수금융을 통한 실행자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서정학 IBK투자증권 사장 또한 ‘중기특화 증권사 운영 현황 및 개선과제’를 발표하며 중소·벤처기업의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의 성과와 향후 보완 방향을 제시했다. 제안한 과제는 ▲모험자본 투자 NCR(순자본비율) 적용기준 완화 ▲전용펀드 참여기회 확대 등 실효적 인센티브 강화 등이다.
서 사장은 “800만개의 중소기업과 4만개의 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만으로 한계가 있고 중소형 증권사가 함께해야만 세밀한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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