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올 3분기 수익성 둔화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로 내수 보험시장이 포화된 데다 건강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악재로 작용했다. 그나마 부동산 매각이익 등 일회성 투자이익으로 실적 방어가 일부 가능할 거란 진단이다. 

국내 주요 보험사 3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 DALL-E
국내 주요 보험사 3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 DALL-E

21일 증권 정보 사이트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상장 생명보험사 4곳(삼성생명·한화생명·동양생명·미래에셋생명)과 손해보험사 4곳(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한화손보)의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합산 순이익은 약 1조9082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동기 2조1067억원 대비 약 9.4% 감소한 숫자다. 

생보, 건강보험 확대에 비용 증가…일회성 부동산이익이 방패

국내 1위 생보사인 삼성생명의 3분기 별도기준 당기순익 전망치는 435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4608억원 대비 5.5%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건강보험 신계약 확대에 따른 비용이 증가하면서 보험손익이 둔화될 것이란 보인다. 다만 페럼타워를 동국제강에 재매각하면서 2200억원의 매각이익이 발생해 한숨 돌렸다. 보험손익 감소를 상쇄하고 전년 동기 대비 양호한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계약서비스마진(CSM) 잔액의 꾸준한 증가로 CSM 상각이익은 증가할 것"이라며 "보험금 예실차가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연금관련 손실계약비용 발생으로 보험서비스 손익은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화생명 3분기 실적 전망치는 1681억원으로 전년 동기 2367억원 대비 29% 감소했다. 건강보험 시장 경쟁이 심화되며 예실차가 악화됐고 일부 상품에서 손실계약이 발생한 영향이다. 특히 지난해 3분기 부동산 매각익으로 발생한 일회성요인 2800억원이 반영되면서 올해 3분기 실적 하락 폭이 커질 전망이다.

홍예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실차 악화 등에 비교적 민감하게 반응하며 실적 개선 속도가 지연되고 있다"면서도 "지난 16일 발표된 금융위원장-보험사 CEO 간담회 내용은 긍정적으로,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합리화가 현실화될 경우 배당 재개 여부와 시기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양생명은 4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03억원에 비해 51% 줄었다. 우리금융그룹 편입에 따라 자본 확충과 내부 통제 강화 등 구조개편 비용이 일시적으로 반영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미래에셋생명은 459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35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국내외 증시 회복으로 변액보험 관련 평가이익이 크게 개선된 결과다.

손보, 車보험 손실 확대에 실적 발목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이 공통 리스크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4.4%로 손익분기점(80%)을 웃돌았다. 정비수가 인상, 과잉진료, 폭염·집중호우 등 기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 보험금 예실차와 자동차 수익성의 악화가 3개 분기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주요 보험사의 (장기)실제보험금 증가는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다. 손익 악화 원인은 연이은 (자동차보험) 요율 인하로 인하에 있다"고 했다.

삼성화재 3분기 순이익은 5002억원으로 전년 동기 5572억원 대비 10.2% 감소했다. 실적부진 주요 원인으로는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90%를 넘긴 점이 지목된다. 지난 7월 기록적인 폭우로 자동차 침수가 늘어난데다 공임비 등 정비 비용이 오른 반면 보험료 인상이 지연된 탓이다. 자동차보험의 손익 마지노선 손해율은 보통 80% 수준이다.

삼성화재 위험손해율은 1분기 96.6%, 2분기 94.5%로 다소 개선됐지만 3분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질병수술비, 입원·간병 등 일부 담보 손해율이 상승하며 보험금 예실차가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DB손해보험은 4185억원으로 전년 동기 4538억원에 비해 7.8% 줄었다. DB손보는 3분기 자동차보험이 일시 적자를 낼 전망이지만,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와 업력 덕분에 연간 기준으론 흑자를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일반보험은 화재사고 여파로 손익이 줄지만 전년 대비 개선세를 보이고, 투자손익은 보유자산 평가이익 증가로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홍예란 연구원은 "장기보험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라며 "주로 보험금 예실차가 -338억원을 기록하며 부진한데 기인한다"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2153억원으로 손보사 중 유일하게 실적이 개선될 거란 예상치가 나왔다. 자동차보험이 큰 폭의 적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보험이익 개선에 따라 순이익이 개선될 것이란 시각이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험료 인상 효과로 CSM 배수가 약 13배로 확대되면서 CSM 상각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이다"라며 "여기에 예실차(예상 보험금과 실제 발생한 보험금 사이의 차이) 개선 등이 더해져 장기보험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한화손보는 807억원으로 전년 동기 910억원에 비해 11.3% 감소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제기된다. 캐롯손보 합병에 따른 단기 비용이 발생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규모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영업 환경이 구조적으로 둔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단기 실적은 일회성 요인에 좌우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금리 안정과 투자수익 회복 없이는 내년 상반기까지도 뚜렷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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