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서울 강남의 한 치킨집에서 3자 회동했다.
황 CEO는 이날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한국 출시 25주년 행사에 참석한 뒤 저녁 7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깐부 치킨에서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과 만남을 가졌다. 일명 ‘치맥 회동’으로 불리는 이 만남은 15년 만의 황 CEO 방한 일정 중 첫 대외 일정으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세 사람은 깐부치킨에서 맥주와 함께 크리스피 순살치킨, 마늘간장 순살치킨 등 2만원대 초반 메뉴를 주문했다. 황 CEO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치킨 회동 중 이 회장과 정 회장에게 자사의 AI 초소형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를 선물했다. 또 황 CEO는 치킨집에 있던 내부 손님들과 맥주잔을 부딪히며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번 회동은 글로벌 AI 생태계를 주도하는 엔비디아와의 만남인만큼 세 사람의 만남은 단순한 친목 모임을 넘어 협력 강화에 나선 상징적인 자리로 해석된다.
세 사람은 편안한 저녁 자리를 만들어 인공지능(AI) 등 미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AI 반도체, 자율주행,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등 각 사의 핵심 사업과 맞닿은 전략적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생산을 위한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용 ‘드라이브’ 플랫폼을 차량 시스템에 적용해오고 있다.
이날 회동 장소가 ‘깐부치킨’으로 알려지면서 상징성도 더해졌다. ‘깐부’는 ‘가까운 친구’를 뜻하는 표현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대사로 나와 유명해졌다. 해당 장소에서의 만남을 두고 일각에선 세 기업 간 AI 동맹을 굳히겠다는 의지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한 황 CEO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해 특별 세션 연사로 나선다. 그는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자율주행 등 미래 혁신 기술을 주제로 엔비디아의 비전과 글로벌 협력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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