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권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현대카드와 삼성카드가 비정규직 인력을 늘리며 비용 절감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카드사들이 실적악화로 고전하는 동안 호실적을 유지했던 비결 중 하나가 비정규직 전환이었던 셈이다.
10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7곳(삼성·신한·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카드)의 비정규직 규모는 2020년 상반기 1190명에서 올해 상반기 1544명으로 29.7% 증가했다.
카드사별로 보면 ▲현대카드 427→656명(+53.63%) ▲롯데카드 191→311명(+62.83%) ▲삼성카드 240→292명(+21.67%) ▲신한카드 159→149명(−6.29%) ▲우리카드 100→69명(−31.00%) ▲하나카드 31→55명(+77.42%) ▲KB국민카드 42→12명(−71.43%)로 나타났다.
기업계는 비정규직 규모가 전반적으로 증가한 반면, 은행계는 하나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의 비정규직이 감소하면서 인력 구조가 뚜렷하게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전체 직원 대비 비정규직 비중을 보면 기업계와 은행계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현대카드의 경우 전체 직원 중 비정규직 비중은 30.24%로 직원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이다. 롯데카드(18.45%)와 삼성카드(14.41%)도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 비정규직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비정규직 비중이 최근 크게 늘었다. 삼성카드는 2020년 11.7%에서 2025년 상반기 14.4%로 2.7%포인트 올랐고, 현대카드는 같은 기간 23.5%에서 30.2%로 무려 6.7%포인트나 뛰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손익 방어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조달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규직 확충 대신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낮은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며 비용 구조를 조정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신한카드(5.85%)와 우리카드(6.57%), KB국민카드(0.83%) 등 은행계 카드사의 비정규직 비중은 감소추세다. 하나카드만 7.78%로 5년 전보다 상승했지만, 전체 모수가 적어 비중 상승이 구조적 변화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이같은 전략은 3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적 발표전인 롯데카드를 제외한 전업 카드사 6곳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익은 1조6893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줄었지만, 비정규직을 늘린 현대카드는 2550억원으로 오히려 6.2% 증가했다. 삼성카드 역시 순익 감소 폭이 6.4%에 그치며 타 카드사 대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신한·KB국민·우리카드는 희망퇴직 비용이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각각 순익이 31.2%, 24.2%, 24.1%씩 줄었다. 인력 운용 전략의 차이가 실적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들 카드사는 올해 인력 효율화를 위해 모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은행계 카드사가 한꺼번에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건 약 3년 만이다.
일각에서는 비정규직 확대가 비용 절감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핵심 업무의 전문성과 조직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업은 업무 지속성과 신뢰가 핵심인데, 비정규직 비중이 커지면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 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