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딥시크(DeepSeek) 쇼크’가 시작되는 걸까.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문샷AI’가 최근 공개한 거대언어모델(LLM) ‘키미 K2 씽킹(Kimi K2 Thinking)’은 글로벌 AI 시장에서 또다시 충격을 일으키고 있다. 이 모델은 낮은 비용과 높은 효율을 바탕으로, 기존 LLM들이 주도하던 ‘규모 경쟁’에서 ‘효율성 경쟁’으로의 전환을 알리고 있다.

올해 초 딥시크는 AI 경쟁을 지배하던 ‘규모 논리’를 정면으로 흔들었다. ‘방대한 파라미터(변수)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을 투입해야만 우수한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존 시장의 통념에,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목적에 맞게 설계된 구조만으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반례를 보여준 셈이다. 이는 글로벌 AI 시장에 효율성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중국 AI가 세계 무대에서 기술 방향성을 선도할 가능성을 열었다.

문샷AI의 키미 K2 씽킹은 그 충격의 연장선이다. 키미 K2 씽킹 모델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계산 비용을 대폭 낮췄다. 그러면서도 웹 검색, 장기 추론, 코딩 등 핵심 영역에서 오픈AI의 ‘GPT-5’와 앤트로픽의 ‘클로드 소네트 4.5’를 앞서는 성과를 냈다. 특히 필요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구조를 적용해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용량을 줄인 점은 딥시크가 제시한 ‘효율성 경쟁’ 서사의 다음 단계를 보여준다.

이렇듯 딥시크가 AI 시장에 ‘규모 경쟁’의 종말을 알렸다면, 문샷AI는 비용 효율화를 중심에 둔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다. 규모에 따른 무차별 비용 증대를 막고, 필요한 정보만 계산해 자원 소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AI 기술 흐름이 이동하고 있다.

문샷AI는 ‘AI 기술 민주화(접근성 확대)’ 차원에서 해당 모델을 오픈소스 라이선스로 공개하며 글로벌 개발자가 자유롭게 이용·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 중심의 폐쇄적 AI 생태계에 균열을 내고, 중국이 글로벌 AI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적 수단이 된다.

현재 문샷AI는 알리바바와 텐센트로부터 수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40억달러(약 5조9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이를 기반으로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문샷AI가 단순한 스타트업을 넘어 중국의 국가 전략과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핵심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중국 기업이라는 특성상 시장 수용성이나 사이버 보안 우려, 지정학적 갈등 등 현실적인 도전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기술 우위와 투자 유치는 성공의 필요조건일 뿐, 장기적으로 글로벌 AI 리더십을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이처럼 비용과 속도가 점점 중요해지는 AI 기술 경쟁에서, 문샷AI는 ‘딥시크 이후’ 새로운 AI 혁명기의 문을 여는 변수로 부상했다. 기존 AI 업계에 도전을 제기하며 복합적 생태계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효율성 중심으로 재편되는 AI 경쟁은 이제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딥시크와 문샷AI가 보여준 변화가 어디까지 확장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국내외 AI 기업은 이 전환이 만들어낼 새로운 경쟁 구도를 예의주시하며 대비해야 한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