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공기업 인사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해 1월 임기가 끝난 기관장이 반년 넘게 ‘유임 아닌 유임’ 상태로 버텨온 자리를 포함해,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자리까지 금융 공공기관 인사가 한꺼번에 진행될 전망이다. 앞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수장이 모두 내부 출신 인사가 선임되면서 그간 반복돼 온 ‘모피아 낙하산’ 논란이 사그라진 가운데 남은 인사에서도 기조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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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 공공기관 가운데 차기 수장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인 곳은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과 예금보험공사(예보)다.

새 정부 들어 금융당국 조직개편 등과 맞물리며 인사 시계가 한동안 멈춰있다가 지난달 말 금융위 1급 인사가 이뤄지며 금융 공공기관장 인사도 본격화했다. 금융 기관 인사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새 정부 정책기조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생산적 금융 강화’와 ‘서민금융 체계 재정비’를 추진 중인 만큼 정부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사업과 유관기관의 기능 조정이 맞물릴 수밖에 없어서다.

서금원은 지난 21일 차기 원장 공모를 마감하고 심사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 계엄 선포 이후 새 정부 출범 과정이 거치면서 후임 인선이 미뤄지며 올해 1월 임기가 끝난 이재연 원장이 현재까지 직무를 유지하고 있다.

후임 후보로는 주빌리은행 운영에 참여했던 제윤경 전 의원과, 이재명 대통령 측 금융정책 자문으로 알려진 임수강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부회장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특히 새 정부가 저신용자 및 서민 금융 지원을 강조하고 있어 서금원 차기 원장에 누가 오느냐가 관심사다.

유재훈 사장의 임기가 지난 10일 끝난 예보는 이날까지 사장 후보자 지원서를 받고 있다. 예보 사장은 통상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 고위 관료 출신 자리로 여겨져 왔다.

최근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에서 내부 인사가 잇달아 수장에 오른 흐름이 예보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후보군에는 내부 출신으로 유대일 부사장, 이병재 상임이사가 거론되며, 외부 후보로는 박광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과 이윤수 전 증권선물위원 등이 언급된다.

이외에도 금융결제원(8월 만료), 보험개발원(11월), 보험연수원(12월) 등도 원장 임기가 만료됐거나 만료된다. 금융결제원의 경우 설립 이후 15명의 원장 중 14명이 한국은행 출신일 만큼 한은 출신 인사가 자리를 독점해왔다. 지난 2022년 신임 원장 선임을 앞두고 결제원 노조가 한은 출신 인사 반대 성명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8월 박종석 원장 임기 만료 이후 한은 출신 원장이 후보로 추천될 것이란 하마평이 있었으나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 과거와는 달리 금융위 출신이 선임될지 주목된다.

협회 회장 찾기는 업권별로 속도에 차이가 나는 모습이다. 여신전문금융협회(여신협회)의 경우 정완규 여신협회 회장의 임기가 지난 10월 끝났지만 차기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위한 이사회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회추위가 가동된 이후 회장 선출까지 통상 두 달여 시간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빨라야 내년 1월 선출이 가능하다. 이는 이사회 멤버인 카드사 CEO들이 연말 인사 대상에 오르면서 회추위 일정을 서두르지 않고 있어서다.

반면 금융투자협회(금투협) 회장 선거는 3파전으로 치러진다. 서유석 현 금투협 회장을 비롯해 황성엽 신영증권 사장,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가 출사표를 내고 경쟁을 시작했다. 금투협은 후보 등록인을 대상으로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쳐 다음 달 숏리스트를 통해 최종 후보군을 공개할 예정이다. 선거는 다음 달 18일 진행된다.

한편 새마을금고도 내달 17일 중앙회장 선거를 앞둔 상태다. 업권 안팎에서는 첫 직선제를 도입해 당선한 김인 회장의 연임을 점치는 분위기다. 김 회장은 뱅크런 사태 대응, 부실채권 정리, 자회사 구조 개편 등 조직 정상화에 주력해왔다. 고강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만큼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