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더디게 진행되는 가운데 금융 공공기관과 국책은행, 금융협회 등의 수장 임기가 줄줄이 만료될 예정이어서 역대급 인사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수장 임기가 끝나는 조직은 내외부 하마평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특히 주요 기관장 교체가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와 맞물리면 조직 재편과 사업 전략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새 정부에서도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질거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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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권 곳곳에서 수장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조직개편안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미뤄지고 있어서다.

우선 초미의 관심사가 집중된 곳은 금융감독원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관출신 인사들이 대거 거론됐지만 조직 개편과 맞물리며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제윤경 국회의장 민생특별보좌관(전 민주당 의원)과 홍성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하마평에 계속 오르내리고 있지만 국정기획위원회 안팎에서는 여전히 조직 개편과  자본시장 활성화 등 정책 추진에 적임자를 찾고 있다는 전언이다.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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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장의 자리도 비어있다. 지난 6월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임기 만료로 자리를 떠났고 지난달엔 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장(첫 내부 출신)이 퇴임했다.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각각 금융위원장, 기획재정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금융당국의 조직개편이 이뤄지기까지는 공석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여기에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내년 1월 임기가 끝난다. 임기 만료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사실상 연임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다음 행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올해 들어 기업은행에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김 행장의 책임론이 큰 만큼 차기 행장은 관(官) 출신 인사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타 금융 공공기관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이달 28일 임기가 끝난다. 이사장 선임은 공모를 통해 지원자를 받고, 임원추천위원회 심사를 거쳐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는 절차로 진행되는데 주로 기재부 출신이 자리를 꿰찼다. 금융위원회 산하 예금보험공사의 유재훈 사장은 오는 11월 10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은 지난 1월 임기가 종료됐지만, 후임 인선이 지연되면서 직무를 이어가고 있다.

업권을 대표하는 협회장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의 임기는 각각 오는 10월과 12월까지다. 

여신금융협회장은 상근직으로 바뀐 후 기재부, 금융위 등 관료 출신이 주로 역임했다. 통상 협회장 선임에 2개월 가량 걸리는 만큼 이달 선거 공지가 이뤄져야 하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협회장을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관료 출신으로는 유광열 전 SGI서울보증 사장과 서태종 전 한국금융연수원장, 김근익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등이다. 민간 금융업계에서는 이동철 전 KB금융지주 부회장, 이창권 KB금융지주 디지털·IT 부문장, 임영진 전 신한카드 사장 등이 언급된다. 학계에선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가 직접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금융업계에선 관료 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경계한다는 의견과 업권 이해를 바탕으로 정부‧당국과 소통해 줄 힘을 가진 인사가 와야 한다는 입장이 나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긴데다 디지털 금융 및 스테이블코인 등 금융권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굵직한 사업 추진이 필요한 상황이어서다.

민간 출신의 경우 업권을 잘 이해한다는 강점이 있지만 당국과의 소통에서 관료 출신 인사가 유리하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여신금융협회장이 상근직으로 전환된 이후 선임된 5명의 회장이 가운데 김덕수 전 KB국민카드 사장을 제외하면 모두 관료 출신이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권 인사의 첫 단추인 금융당국 조직개편이 이뤄진 이후 공공기관 및 국책은행장들의 대규모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라면서 “AI, 블록체인, 금산분리, 소비자보호 등 금융업권의 이슈가 다양한 만큼 업권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정책 추진에 능한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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