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기업 보안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내부자 위협과 외부 공격으로부터 기업 정보를 지키는 핵심 보안 체계로 아이덴티티 보안이 주목받고 있다. 아이덴티티 보안은 사용자와 AI 에이전트, 서버 등 디지털 시스템의 신원을 확인하고 권한을 관리하며, 디지털 전환이 빠른 한국 시장에서 아직 초기 단계인 기업의 보안 수준을 보완하는 핵심 수단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아이덴티티 보안 전문기업 세일포인트 테크놀로지 홀딩스가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한국 시장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디지털·AI 전환 속도는 빠르지만 보안 성숙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첸 위 보이 세일포인트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사장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하나증권빌딩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한국은 대기업이 비중이 높고 경제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잠재력 있는 시장"이라며 "한국 지사 인력 확충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대부분 1~2단계…"AI 에이전트 96% 보안 위협 인식"
세일포인트가 이날 발표한 '2025~2026년 아이덴티티 보안의 핵심 트렌드와 전략' 보고서는 현재 보안 환경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AI 보안 성숙도를 다섯 단계로 구분했을 때 전 세계 조직의 약 63%가 1~2단계에 정체돼 있다. 10%만이 4~5단계에 도달했다. 한국 기업 대부분도 1~2단계 수준으로 평가됐다.
첸 사장은 "아시아태평양과 일본을 합친 시장에서 72%의 기업이 아이덴티티 성숙도 1~2단계였다"며 "제대로 아이덴티티 보안을 제대로 구축한 기업이 거의 없다는 의미로, 이는 곧 시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특히 AI 에이전트가 새로운 보안 위협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세일포인트 조사에서 글로벌 기업 보안 리더의 96%가 AI 에이전트를 새로운 위협으로 인식했으며, 그중 66%는 이러한 위험이 현재 진행형이라고 답했다. AI 에이전트가 사람의 권한을 대신해 업무를 수행하지만 이를 감사하고 통제하는 조치는 미흡한 상황이다.
세일포인트는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5일 연례 글로벌 콘퍼런스 '네비게이트 2025'에서 AI 에이전트를 권한 수준까지 보호하는 '에이전틱 아이덴티티 시큐리티'를 정식 출시했다. 찬드라 나나삼반담 세일포인트 제품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수석부사장은 "현재의 새로운 보안 국면은 적응형 아이덴티티 모델을 요구한다"며 "세일포인트 플랫폼은 통합적이고 지능적이며 적응형으로 설계돼 아이덴티티 보안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해킹 방식 '인사이드 아웃'으로 변화…"아이덴티티 동적 관리 필수"
지정권 세일포인트 코리아 지사장은 잇단 해킹 사건과 보안 위협의 변화 때문에 한국에서도 아이덴티티 보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침해 사고가 외부에서 내부 정보를 탈취하는 '아웃사이드 인' 형태였다면, 이제는 해커들이 잠복했다가 데이터를 들고 나가는 '인사이드 아웃' 형태로 변하고 있다"며 "아이덴티티 보안으로 이를 제대로 관리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 지사장은 "AI 에이전트 도입으로 인해 아이덴티티는 더 이상 정적으로 관리할 수 없"며 "상황에 따라 동적으로 권한을 관리하는 적응형 아이덴티티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일포인트에 의하면 아이덴티티 보안은 경제적 가치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아이덴티티 관리는 다른 보안 영역 대비 항상 2배 이상의 이익을 창출해왔으며, 아이덴티티를 전략적 우선순위로 삼는 조직은 관련 수익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4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트 밀스 세일포인트 사장은 "아이덴티티 관리가 보안 투자 중 최고 투자수익률(ROI) 창출 요인으로 부상해 기업의 비용 절감, 리스크 경감, 성장 가속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과거 백오피스 통제 수단에 머물던 아이덴티티가 이제 민첩성과 효율성, AI 활용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스 사장은 "아이덴티티 보안 성숙도 단계에서 앞서 나아가는 기업들은 아이덴티티의 전략적 가치를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곧 괄목할 성과로 이어져 비즈니스 성과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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