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 IP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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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vs. 펩시콜라. 유독, 국내에선 코카콜라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미국 등 전세계 탄산음료 시장에서도, 역시 코카콜라의 점유율이 지난 100여간 항상 펩시를 압도해왔다.
그런데, 이 두 회사의 전체 매출액과 주가, 영업이익률 등 주요 경영지표를 살펴보면 반전이다. 펩시가 코카콜라를 넉넉히 앞서고 있어서다. 만년 2등 펩시의 그 이유있는 반란, 특허에서 찾아보자.

콜라에서 ‘웰빙’으로, 음료에서 ‘종합식품’으로

양사 전체 매출액을 보면, 2018년 기준 코카콜라는 318억 달러에 그쳤다. 반면, 펩시 매출은 그 보다 두배 이상 많은 646억 달러에 달했다. 문제는 매출 구성이다.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콜라 등 탄산음료에 의지하고 있는 코카콜라와 달리, 펩시는 콜라, 즉 탄산음료의 비중이 20%밖에 되지 않는다.

./ 자료 포춘 2019
./ 자료 포춘 2019
이 같은 구성은 펩시의 특허 포트폴리오에 어떻게 녹아있을까? 2019년말 현재 펩시, 즉 공식 법인명 펩시코는 900여건의 미국 특허를 포함, 전세계에 총 4267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펩시의 특허출원 추이./ 자료 윈텔립스
펩시의 특허출원 추이./ 자료 윈텔립스
매년 100건 이내의 특허만 내온 펩시는, 2000년대 중반 들어 2006년을 기점으로 뚜렷한 우상향 기조를 보이기 시작, 최근에는 해마다 300여건 내외의 특허를 출원중이다. 이 시기는 펩시가 매출액은 물론, 시가총액, 순이익 등의 지표에서 코카콜라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앞서기 시작한 때와 정확히 일치한다.

./자료 WSJ
./자료 WSJ
지금의 펩시를 있게 한 1등 공신, 현 펩시코 회장 인드라 누이가 펩시의 첫 여성 CEO로 부임한 해 역시 2006년, 바로 이즈음이었다.

./자료 펩시코
./자료 펩시코
누이 당시 CEO는 부임 직후부터 전체 사업에서 콜라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는 대신에 트로피카나와 게토레이, 치토스와 같은 각종 주스와 스포츠음료, 스낵류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관련 기업들을 적극 M&A하는 등 종합 식음료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하단 자료는 펩시의 모든 특허내 주요 키워드를 전수 조사해, 출연 빈도순으로 굵고 진하게 표시한 AI 인포그래픽 자료다. 펩시가 더 이상 콜라회사가 아니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길 보면 ‘Beverage Dispenser’나 ‘Vending Machine’ 즉 자판기 관련 키워드가 유독 눈에 많이 띈다. 그 가운데 최신 특허 하나 보자.

./자료 윈텔립스
./자료 윈텔립스
2019년 8월 공개된 '소형 자판기'라는 미국 특허다. 자판기에 네트워크 기술을 적용, 초경량화시켰다는 게 이 특허의 골자다. 명세서에 따르면, 높이와 폭이 4피트*3피트 즉 가로*세로가 1미터 남짓에 불과해, 주로 벽걸이형으로 제작된다.

이 자판기의 비적재 중량 역시 13Kg 밖에 안된다. 사람들 동선에 따라 언제든 가변적 이동 설치 가능하다. 손 뻗으면 닿는 곳 아무데나 둘 수 있어, 'impulse-buying', 즉 충동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고 ‘발명의 설명’란에 적시돼 있다. 이 특허에 적용된 인터넷 기술은 비현금 결제와 실시간 식료품 재고 관리를 가능케한다.

그 결과, 이같은 초박/초소형 자판기가 탄생할 수 있었던 거다. 종합 푸드 컴퍼니를 지향하는 펩시 연구진의 R&D 스펙트럼이, 생각보다 매우 넓고, 또 깊다는 걸 이 특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소형 자판기’ 특허 도면./ 자료 USPTO
’소형 자판기’ 특허 도면./ 자료 USPTO
2000년대 들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탄산음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과 규제당국의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펩시는 건강음료나 헬스푸드 관련 제품 개발에 몰두한다.

그 결과물중 하나이다. ‘신진대사와 장 건강을 위한 음료 제조 및 배합법’이라는 US특허다. 오렌지나 사과, 포도 등 각종 과일에서 주스즙을 추출하고 남은 부산물에, 포만감을 향상시키고 식후 포도당 인슐린 반응을 감소시켜주는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점에 착안, 이를 활용해 건강음료의 이상적 혼합률을 각종 과일의 수많은 배합 실험 끝에 찾아낸 거다. 콜라시장에서만 100년도 넘게 부동의 1위 자리에 안주하고 있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던 특허다.

‘신진대사와 장 건강을 위한 음료 제조 및 배합법’ 특허 도면./ 자료 USPTO
‘신진대사와 장 건강을 위한 음료 제조 및 배합법’ 특허 도면./ 자료 USPTO
펩시 특허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식음료 업체답지 않게, ‘디자인’ 특허가 유난히 많다는 점이다. US특허의 경우, 보유 특허의 절반 가량인 약 45%, 총 407건이 디자인 특허다.

그 중에서도 스마트폰의 화면구성에 해당하는 GUI, 즉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 관련 디자인이 다수를 차지한다. 미래 신수종 사업에 대한 펩시의 관심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펩시 주요 디자인 특허./ 자료 USPTO
펩시 주요 디자인 특허./ 자료 USPTO
펩시 IP포트폴리오 구성비./ 자료 윈텔립스
펩시 IP포트폴리오 구성비./ 자료 윈텔립스
맛있는 맵시…진화하는 펩시

펩시는 최근 ‘하우스 오브 펩시코’(houseofpepsico)라는 쇼핑몰을 열고, 패션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여기서 만다리나덕을 비롯해 알렉산더왕, 푸마 등과 협업한 콜라보 의류를 비롯해, 자매 브랜드인 마운틴듀 모자와 치토스 백팩 등 이른바 ‘푸드패션’ 상품을 판다.

펩시가 자체 판매∙배송하진 않는다. 해당 쇼핑몰에서 구매버튼을 누르면, 협업한 패션 브랜드의 홈페이지나 아마존, 월마트 등의 펩시 전용 구매 사이트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하우스 오브 펩시코’./ 자료 펩시코
’하우스 오브 펩시코’./ 자료 펩시코
이를 통해 펩시는 전자상거래 부문 매출을 지난해에만 20억 달러(약 2조3000억원)까지 끌어 올린 것으로 관측된다. 펩시의 IP포트폴리오가 스마트폰이나 네트워크형 자판기 등으로 진화 발전하는, 그 이유가 설명되는 대목이다.

유경동 IP컨설턴트

윕스 전문위원과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 편집장, 전자신문 기자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100 △ICT 시사상식 등이 있습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의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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