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000자를 쓰면 뇌가 똑똑해지고 맑아집니다. IT조선은 (사)한국IT기자클럽, (주)네오랩컨버전스, (주)비마인드풀과 함께 디지털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하루천자 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캠페인은 매일 천자 분량의 필사거리를 보면서 노트에 필사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주중에는 한 작품을 5회로 나누어 싣고, 토요일에는 한 편으로 글씨쓰기의 즐거움을 십분 만끽할 수 있는 텍스트를 제공합니다.

오늘 ‘#하루천자’ 글감은 상허(尙虛) 이태준(李泰俊)의 산문집 《무서록》(無序錄) 중에 실린 짧은 수필 <수선>(水仙)입니다. 《무서록》은 현대 수필문학의 백미로 꼽힙니다. 추운 날 밤 늦게 귀가해 식구들 잠든 머리맡 문갑에 놓인 수선화 한 떨기와 대화하는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실 겁니다. A4 크기의 종이에 천천히 필사를 하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하루천자 태그를 붙여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산문집 《무서록》과 작가 이태준.
산문집 《무서록》과 작가 이태준.
수선(水仙) (글자수 846자, 공백 제외 649자)

최근 한 달 동안은 사(社)일로 무슨 모임으로 또는 밤이 긴 때니 친구와 찻집에서 이야기로 가끔 늦어서야 나오곤 했습니다.
아기들과 안해는 흔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바람이 있으면 풍경이 댕그렁 해줄 뿐, 그리고 방에 들어가면 문갑 위에 놓인 한 떨기 수선(水仙)이 무거운 고개를 들기나 하는 듯이 방긋 한 웃음으로 맞아주었습니다.

수선.
"너는 고향이 어디냐?"
나는 지난밤 자리에 누우며 문득 그에게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도련도련 대답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내 고향은 멀어요. 이렇게 추운 데는 아니에요. 하늘이 비취 같고 따스한 햇볕이 입김처럼 서리고 그리고 물이 거울처럼 우리를 쳐다보면서 찰락찰락 흘러가는 데예요. 또 나비도 있예요. 부얼도 날러오는 데예요." 하는 듯, 또 그의 말소리는 애처로워 내 마음을 에는 듯했습니다.
"그럼 너는 이제라도 너희 고향이 가고 싶으냐?"
"네, 네, 나는 정말 이렇게 칩고 새소리도 없고 새파란 하눌도 없는 이런 방 속에서나 필 줄은 몰랐예요."
"하눌이 보고 싶으냐?"
"네 따스한 하눌 말예요."
"새소리가 듣고 싶으냐?"
"네 물소리, 부얼 소리도요……."
"그럼 왜 이런 방에서 피었니?"
"그건 내 운명이야요. 물과 기온만 맞으면 아모데서나 피어야 하는 것이 내 슬픈 운명이야요. 나는 그래 저녁마다 혼자 울기도 했예요."

나도 슬펐습니다.
나는 저에게 사랑과 정성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저는 나의 사랑에만 만족했을 줄 믿어왔습니다.
사랑이란 잔인하기도 한 것, 나는 불을 끄고 누워 이렇게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어찌할까요? 나는 겨울이면 저를 사다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도 탐내온 향락이올시다. 그것은 나의 단념할 수 없는 행복이올시다.
민망한 일이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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