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차를 맞는 ‘#하루천자로 고전(古典) 읽기’는 미증유의 사태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고전을 골라서 1주일에 5회에 나눠 필사하는 캠페인입니다.

이번 주에는 리진 시인의 시선집 《하늘은 나에게 언제나 너그러웠다》(창작과비평사, 1999)를 골랐습니다. 리진은 1930년에 북한 함흥에서 태어나 김일성대 영문학과 재학 중이던 1951년 모스크바로 유학갔다가 러시아에 눌러앉아 작품활동을 한 시인입니다. 평생을 이국땅에서 무국적자로 보낸 시인의 우리말 작품을 필사하면서 이전과 다른 독서 경험을 해 보세요. /편집자 주

리진 시인은 러시아 볼가강 유역의 작은 마을에서 살다가 2004년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리진 시인은 러시아 볼가강 유역의 작은 마을에서 살다가 2004년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흐르는 물같이 / 리진 (글자수 337, 공백 제외 277)

흐르는 물같이
언제나 맑고 싶다
맑아도
초가을 새벽 이슬같이
새봄의 자작나무의 눈물같이
맑고 깊다
나의 바닥에는 나의 노래같이
너 앞에 저어할 것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흐르는 물같이
하소연 없이
무상의
힘에 부친 짐 아랑곳없이
제 몫의 차례진 걸음에
넋과 정을
깡그리
팔고 싶다

흐르는 물같이
되돌릴 수 없는 길을
탓함이 없이
이미 간 날을
오늘의 빛으로 물들이고
올 날도
네가 곁에 있는
오늘로
숨쉬게 하고 싶다

흐르는 물같이
너그럽고 싶다
아무리 쓰라려도
절망에 눈앞이 캄캄해져도
곬을 넘어나지 않고
만년의 정해진 길을
하루같이
흐르고 싶다

흐르는 물같이
순간 순간
새 존재였으면 싶다
함에도 함에도 너에게만은
언제나 하나인
그런 강이었으면 싶다
그런
흐르는 물이었으면 싶다
(1977)

* 단어 풀이
- 곬 : 한쪽 방향으로 트이어 나가는 길

▶#하루천자 캠페인은?

IT조선은 (사)한국IT기자클럽, (주)네오랩컨버전스, (주)비마인드풀, (주)로완, 역사책방과 함께 디지털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하루천자 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캠페인은 매일 천자 분량의 필사거리를 보면서 노트에 필사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주중에는 한 작품을 5회로 나누어 싣고, 토요일에는 한 편으로 글씨쓰기의 즐거움을 십분 만끽할 수 있는 텍스트를 제공합니다. 지난 필사거리는 IT조선 홈페이지(it.chosun.com) 상단메뉴 ‘#하루천자'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 두뇌운동! 내가 쓴 하루천자 기록에 남기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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