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O를 두자] ①한국 기업 '컨트롤타워'가 없다

류은주 기자
입력 2020.04.13 06:00 수정 2020.04.16 09:15
올해 재계와 산업계는 공통으로 디지털 전환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기술기업은 물론이고 전통 제조업과 유통, 은행과 증권과 같은 금융서비스업체까지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기업은 정작 뭘 어떻게 해야할지 혼란스럽다. 디지털 전환 중요성은 알지만 누가 무엇부터 해야하는지 모른다. 실제 코로나19 확산되자 우리 사회와 경제에는 ‘위기’라는 수식어가 계속 따라 붙는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삼아 디지털 전환에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이에 IT조선은 [CDO(최고디지털 책임자, Chief of Digital Officer)를 두자] 코너를 통해 디지털전환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한국 기업은 편한 시스템을 원한다. 혁신을 위한 시스템은 없다. 이는 결정권자가 없기 때문이다. 혁신을 위해선 과감한 투자와 결정이 필요한데 이는 오너가 아니면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여기에 한국 기업은 실패 경험이 없다.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된다. 실패 경험을 디지털 데이터로 쌓고 이를 반영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 LG CNS 블로그 갈무리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전통적 제조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디지털 전환(DT, Digital Transformation)이 부상한다.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서비스 부문에서는 익숙한 변화지만 일이지만, ICT와 다소 거리가 있던 기업들도 DT를 도입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국내 기업들도 조금씩 DT에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DT를 전략적으로 이끌어갈 콘트럴타워는커녕 전담인력조차 없는 곳이 태반이다.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은 디지털 전환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된 중요한 계기이자 필요성을 일깨우게 됐다. 일례로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에도 재택근무 채택 비율과 방식은 온도차가 뚜렷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89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재택근무 실시여부’를 주제로 설문조사한 결과 재택근무에 돌입한 비율은 29.8%였다. 70.2% 직장인은 재택근무와 무관했다. 특히 재택근무는 전 직원 대상(32.1%) 보다는 일부 직원 대상(59.3%)으로 실시비율이 약 2배가량 높았다.

재택근무 실시 비율도 기업규모와 업종에 따라 차이가 났다. 대기업의 48.7%가 재택을 실시한 반면 중견기업 34.2%, 공공기관 30.4%, 중소기업 24.3% 순이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 절반에 그쳤다. 다수의 기업들이 여전히 디지털 전환 속도가 늦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오너의 관심이 성패를 좌우…리스크와 자리 보존이 걸림돌

전문가들은 한국의 디지털 전환이 더딘 이유를 높은 리스크와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장을 맡고 있는 임채성 건국대학교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DT 필요성은 더이상 논리 문제가 아닌 생존 문제다"라며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디지털 전환 필요성을 인지 하지만 리스크가 높고 자칫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라는 딜레마에 갇혀 적극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 전환은 ROI(투자수익률)가 나오지 않지만, 막상 손을 놓고 있다가 5~10년 후 큰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며 "실패 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다른 기업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법도 있고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등 기업 내부에 이런 변화에 깨어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DT가 전사적인 혁신을 수반하기 때문에 오너의 관심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너의 영향력이 강한 한국기업의 지배구조에서는 오너의 반대에 부딪힌다면 조직의 변화를 시도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담인력과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사실 다음의 문제다.

김보경 한국무역협회 신성장연구실 수석연구원은 "DT는 조직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므로 CEO와 오너 등 경영 전반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추진해야 한다"며 "DT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를 전담할 조직(콘트롤타워)이 필요하며, 재정적 여건이 안되거나 ROI가 나올 것 같지 않다면 제한적으로 일부 팀에서만 DT를 시범적으로 시도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강제 DT 시대…전담 인력 양성, 다국적 기업 사례 참고해야

업계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DT를 향한 방아쇠가 당겨졌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가 기업들이 강제로 DT를 향하도록 했다는 평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과 유연근무, 인력 재배치가 간접적으로 이뤄지고 소비자 행동패턴과 상품과 서비스 변화가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위기 속에서도 DT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빛을 내고 있는 만큼 기업들의 DT 전환은 더욱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DT 전환의 걸림돌로 지적되던 오너와 최고경영자(CEO)의 의지는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전담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CDO를 주축으로 콘트롤타워를 설립하고 DT 전담인력을 영입 또는 양성해야 한다.

한국은 선진국 대비 DT 도입이 상대적으로 늦어진 만큼 선제적으로 도입한 다국적기업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전통적인 제조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전환에 성공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제프리 이멜트 최고경영자(CEO)는 GE를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등극하겠다는 목표로 DT를 밀어붙였다. 실제 인터넷 소프트웨어 플랫폼 ‘프레딕스’, GE 사내 직원용앱 ‘PD@GE’, GE의 디지털 발전소 등의 사례들을 보면 이제 GE는 더이상 제조기업이 아닌 소프트웨어 회사와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닛산은 2019년 GE에서 GE 글로벌의 최고기술책임자(CIO)로 근무한 토니 토마스를 CIO로 맞이하면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낸다. 토마스의 성과 중 하나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365 소프트웨어로 고정된 '디지털 워크플레이스'를 모바일로 옮긴 것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아웃룩, 스카이프 및 워크데이와 같은 회사 응용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토마스는 또 오랜 아웃소싱 기술 개발 관행에 대한 과정을 뒤집고,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사내에서 구축했다. 독점적인 디지털 서비스를 구축하려면 인재가 필요하므로 인도에 디지털 허브를 개설해 500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근무하도록 했다. 디지털 허브의 직원은 챗봇,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머신러닝, 빅데이터 분석 등의 기술을 통해 24만명의 닛산직원의 업무경험을 향상시키고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회사의 비전을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독일 자동차 제조기업 다임러 역시 전사차원에서 디지털 탈바꿈을 시도했다. ‘디지털라이프@다임러’라는 사내 이니셔티브 조직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다임러 모든 사업부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하고 사업부간 협력 방식으로 사내 디지털 관련 이슈를 해결한다.

연간 수시로 열리는 사내 행사와 커뮤니티를 통해 다임러 직원들은 경영진들과 만나서 디지털이 가져올 새로운 자동차 산업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 공유한다. 또 수시로 외부 전문가 및 스타트업과 협업하면서 자연스럽게 디지털 탈바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걷어낸다.

오프라인 매장에 의존했던 패션업계에도 DT를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854년 설립한 유서깊은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모회사 LVMH는 2015년 애플뮤직의 수석 디렉터 이안 로저스를 LVMH그룹 최초 CDO로 영입하면서 적극적으로 DT에 도전 중이다. 2017년 6월 자체 온라인 포털 서비스인 ‘24세브르(24 Sèvres)오픈, 2018년 4월 럭셔리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스테이션F(Station F)’ 를 발표하는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판매 전략에서 벗어나 디지털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다.

나이키도 비슷한 전략을 취한다. 마크 파커 CEO는 ‘나이키의 잡스’라고 불릴 만큼 IT 기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디지털 스포츠 사업부를 통해 IT 기술을 접목한 제품 개발을 적극 추진 중이다. 나이키는 소비자직접판매(D2C) 채널 비중 확대 및 고객 데이터 활용에 필요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AI·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인수도 단행했다. 2018년과 2019년 인수한 기업만 4곳(트레이스미, 셀렉트, 인버텍스, 조디악)이다.

식유통 업계에서는 스타벅스가 대표적인 DT사례다. 스타벅스는 내부 입지분석 플랫폼 ‘아틀라스’의 데이터에 기반해 신규 매장 입지를 선정하고 마케팅시 참고지표로 활용한다.

커피 원두 원산지에서 전세계 스타벅스 매장까지의 유통 과정을 기록하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빈 투 컵’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매장관리의 경우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물인터냇(IoT) 솔루션 도입을 통해 수온·압력 등 을 조절함으로써 커피 품질 유지에 필요한 환경으로 관리한다.

2013년 스타벅스 코리아에서 개발해 도입한 모바일 주문 시스템은 소비자의 커피 구매 방식을 바꿨다. 충성고객 확보, 비용 효율화 및 추가적인 수익발생 등의 기회를 창출했다. 식음료 기업이지만 모바일 결제 활성화로 미국 모바일 페이 시장에서 굴지의 IT 기업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이용자수를 보유한다.

스타벅스의 이런 변화는 CEO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한다. 2008년 CEO로 복귀한 하워드 슐츠는 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 관련 노하우를 보유한 실리콘밸리 인재들을 CDO는 물론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요직에 임명했다. 2012년 CDO에 임명한 애덤 브로터만은 스타벅스 디지털화의 전권을 위임받아 스타벅스 앱 출시, 모바일 결제 도입 등을 추진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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