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개막 연례 행사에 혁신 솔루션 대거 공개

엔비디아(NVIDIA)가 그래픽가속(GPU)에 이어 차세대 비전으로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에 고삐를 죈다. 연례 기술 콘퍼런스인 ‘그래픽 테크놀로지 콘퍼런스(GTC) 2021’의 막을 올린 12일(미국시각)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일 대비 5.6% 급등했다. GTC 2021에서 AI, 가속 컴퓨팅, 지능형 네트워킹 등 최근 떠오르는 ITC 분야의 핵심 분야에 대해 첨단 신기술과 이에 기반을 둔 새로운 솔루션을 대거 선보인 덕분이다. 이번 행사는 16일까지 5일간 열린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는 GTC 2021 온라인 기조연설을 통해 자사의 주요 핵심 기술과 관련 솔루션을 소개했다.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자리매김한 AI 컴퓨팅 관련 차세대 솔루션을 비롯해 최근 업계의 새로운 화제로 떠오르는 메타버스 기술,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컴퓨팅 기술, 업그레이드된 자율주행 기술을 대거 쏟아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사진)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GTC 2021의 기조연설을 진행 중인 모습 / 엔비디아
젠슨 황 엔비디아 CEO(사진)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GTC 2021의 기조연설을 진행 중인 모습 / 엔비디아
새로운 가상 협업 플랫폼 ‘엔비디아 옴니버스 엔터프라이즈’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산업계에서 ‘메타버스’라고 부르는 새로운 형태의 가상공간을 활용해 협업의 가능성을 찾아내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는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3D 전문가들이 공유된 가상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계 최초의 기술 플랫폼 ‘엔비디아 옴니버스 엔터프라이즈(Omniverse Enterprise)’를 공개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RTX 그래픽 기술을 적극 사용하는 옴니버스를 통해 기업 조직 내 각 전문 분야별로 분산된 3D 제작 전문가들은 간편하게 가상 세계에서 프로젝트와 팀을 구성하고,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한 원활한 협업이 가능하다.

엔비디아 옴니버스로 구성된 BMW의 가상 팩토리 모습 / 엔비디아
엔비디아 옴니버스로 구성된 BMW의 가상 팩토리 모습 / 엔비디아
디자이너, 아티스트 등 3D 전문가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협업처럼 대면 회의를 요청하거나 대용량 파일을 교환하고 반복하는 대신, 언제 어디서든지 가상 세계로 접속함으로써 실제 한자리에 모인 것과 같은 효과적인 협업과 동시 작업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엔비디아 옴니버스는 가상 공간에서 본격적인 3D 디자인과 설계, 시뮬레이션 등의 수준 높은 작업까지 가능한 것이 기존의 기업용 가상현실 기반 솔루션과 차별점이다. 규모도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을 사용하는 소규모 그룹부터, 다양한 장치를 통해 데이터센터에 직접 접근하는 대규모 팀까지 원하는 만큼의 협업용 가상 공간을 구축할 수 있다.

실제 사례로 젠슨 황 CEO는 BMW 그룹과 함께 전 세계 생산 네트워크의 31개 공장을 시뮬레이션한 가상의 공장을 구축한 사례를 소개했다.

AI 가속 복합 프로세서 ‘엔비디아 블루필드-3’ DPU

엔비디아 블루필드-3 DPU의 구조 / 엔비디아
엔비디아 블루필드-3 DPU의 구조 / 엔비디아
엔비디아는 수많은 이용자가 동시에 접속해 사용하는 고성능 데이터센터에서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 스토리지, 사이버 보안 등의 기능과 처리 성능을 가속할 수 있는 차세대 DPU(Data Processing Unit)인 ‘블루필드-3(NVIDIA BlueField-3)’를 발표했다.

AI 및 가속 컴퓨팅에 최적화된 블루필드-3 DPU는 기업들이 데이터센터급의 소프트웨어 정의, 하드웨어 가속 네트워킹, 스토리지 등에 대한 보안 및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한 개의 블루필드-3 DPU는 최대 300개의 CPU 코어에 해당하는 데이터센터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엔비디아는 개발자들이 블루필드-3 DPU의 주요 기능을 실제로 구축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완전한 개방형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인프라-온-칩 아키텍처(data-center-infrastructure-on-a-chip architecture, 이하 DOCA) 1.0’도 공개했다.

젠슨 황 CEO는 "블루필드를 사용하면 ‘지포스 나우’ 같은 게임 인스턴스에서 인프라를 분리하고 네트워크, 스토리지 보안 등을 가속할 수 있다"라며 "블루필드를 통해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동시 사용자를 늘릴 수 있어 투자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첫 데이터센터 특화 CPU ‘그레이스’

엔비디아는 최근 추진 중인 ARM 인수와 관련된 협력 결과물도 선보였다. 엔비디아 최초의 데이터센터 CPU인 ‘프로젝트 그레이스(Project Grace)’가 그 주인공이다.

그레이스는 AI 등 대규모 데이터 컴퓨팅 애플리케이션의 가속에 최적화된 ARM 기반 특수 목적 CPU다. 하나의 CPU로 다양한 워크로드를 모두 처리하는 기존의 일반 CPU와 달리, AI 가속과 데이터 처리, GPU 가속, 고성능 네트워크 가속 등의 성능과 효율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엔비디아의 첫 데이터센터용 CPU ‘그레이스’(빨간 네모). / 엔비디아
엔비디아의 첫 데이터센터용 CPU ‘그레이스’(빨간 네모). / 엔비디아
특히 소비전력 대비 성능이 우수한 ARM 기반 코어를 다수 집적한 그레이스 CPU는 1개~2개의 CPU가 복수의 GPU와 대용량 메모리를 관리하는 기존의 x86 기반 CPU와 달리, GPU와 메모리 규모에 맞춰 CPU를 복수로 구성함으로써 시스템과 메모리 대역폭을 대폭 확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AI 가속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데이터로 인한 병목현상을 해결할 수 있어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의 효율을 몇 배 이상 끌어 올리고, 에너지 소비를 비롯한 유지관리 비용은 더욱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젠슨 황 CEO는 이번에 새로 선보인 그레이스 CPU를 기존 자사의 GPU 및 DPU 제품과 함께 발전시킬 계획이며, 칩 아키텍처는 2년 주기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 AI 보안 자동화 플랫폼 ‘모르페우스’

엔비디아는 급증하는 네트워크 및 데이터센터의 사이버 보안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클라우드 기반 AI 보안 자동화 플랫폼 ‘모르페우스(NVIDIA Morpheus)’를 공개했다.

모르페우스는 엔비디아의 축적된 AI 가속 기능을 이용,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상에서 발생하는 각종 보안 위협을 자동으로 탐지하고 이를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블루필드 DPU와 멜라녹스 고속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센터에서 오가는 모든 데이터 패킷을 전체 데이터센터의 성능 저하 없이 실시간으로 검증한다.

모르페우스를 통해 데이터센터 내 보안이 취약한 트래픽을 시각화한 모습 / 엔비디아
모르페우스를 통해 데이터센터 내 보안이 취약한 트래픽을 시각화한 모습 / 엔비디아
특히 모르페우스는 AI를 활용해 엣지에서 실시간 원격 측정, 정책 시행 및 처리를 시행하므로 비용이나 성능에 영향 없이 더 많은 보안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개발자는 기존 IP 투자를 활용해 딥러닝 모델로 자체 모르페우스 AI 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다.

젠슨 황 CEO는 이미 포티넷, 클라우드플레어, F5, 아리아 사이버시큐리티 솔루션즈 등 사이버 보안 솔루션 전문 기업과 레드햇, VM웨어 등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플랫폼 공급업체들과 손잡고 기존 데이터센터에 모르페우스 플랫폼을 통합하기 위해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자율주행차용 SoC ‘엔비디아 드라이브 아틀란’

젠슨 황 CEO는 기조연설 막바지에 자사의 차세대 자율주행차용 SoC(시스템 온 칩)인 ‘엔비디아 드라이브 아틀란(Atlan)’을 공개했다.

엔비디아의 기존 자율주행차용 SOC인 엔비디아 드라이브 자비에(VIDIA DRIVE Xavier)와 엔비디아 드라이브 오린(Orin)의 후속 모델인 아틀란은 1000TOPS(초당 테라 연산)의 성능을 바탕으로 미래의 진보한 자율주행차가 요구하는 고성능 컴퓨팅과 AI 가속, 고속 데이터처리 및 보안 기능을 수행한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자율주행 차량용 SoC ‘아틀란’의 주요 특징 / 엔비디아
엔비디아의 차세대 자율주행 차량용 SoC ‘아틀란’의 주요 특징 / 엔비디아
이를 위해 아틀란에는 블루필드, 그레이스 CPU, 암페어 GPU를 비롯한 엔비디아의 각종 최신 AI 가속, GPU 가속, 컴퓨팅, 그래픽 기술이 모두 집결됐다. 이 프로세서는 2025년까지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의 자율주행 차량에 탑재되는 것이 목표다.

젠슨 황 CEO는 기조연설에서 "엔비디아가 과학 분야에 가장 크게 기여한 부분 중 하나는 누구나 고성능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세계 각국의 과학자, 개발자, 크리에이터들이 엔비디아의 기술로 놀라운 작업을 수행하고 그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라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생태계가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기쁘다. 이 시대의 ‘다 빈치’를 위한 도구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며, 이를 통해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을 도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