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의 5세대(5G) 이동통신 정책이 수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알뜰폰 시장에서 늘어나는 이동통신 3사 자회사 비중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표한 ‘2021 국정감사(국감)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감에서 논의돼야 할 통신 과제 중 주요 이슈로 5G 주파수 대역과 알뜰폰 관련 내용을 담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0월 열리는 국감 기간에 다수 현안을 두루 살필 수 있도록 2009년부터 매년 국감 정책자료를 발간했다. 국감 주요 감사 주제를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구분해 밝힌 것이 특징이다. 전년도 국감에 나온 주요 시정 요구 사항과 관련해 정부의 조치 결과도 담는다. 올해는 16개 상임위 소관 사항을 9권으로 분권해 내놨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2일 발간한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 표지 이미지 / 국회입법조사처
국회입법조사처에서 2일 발간한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 표지 이미지 / 국회입법조사처
국회입법조사처 "정부, 28㎓ 기지국 의무 구축 목표 달성 힘들어"

국회입법조사처는 정부에 28㎓ 주파수 대역의 5G 이동통신 추진 방향과 관련 세밀한 정책 수립을 요구했다.

과기정통부는 2018년 주파수 할당 공고 당시 28㎓ 대역의 경우 이통 3사에 5년 내(2023년까지) 10만대 기지국 설치 의무를 부과했다. 2021년까지 설치 목표에 15%에 해당하는 1만5000대의 28㎓ 장비를 구축할 의무도 부과했다. 만약 미달하면 주파수 할당 취소와 이용 기간 단축 등의 제재를 가한다고 더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측은 현재 이통 3사가 기업 간 거래(B2B) 용도로 사용할 수요처를 찾지 못한 채 6월 기준 총 125대의 28㎓ 기지국만을 구축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통 3사가 과기정통부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과기정통부가 이를 수정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더했다.

또 정부와 이통 3사가 2019년 5G 상용화 당시 5G 속도가 롱텀에볼루션(LTE) 대비 20배 빠르다고 자랑했지만, 이는 28㎓ 대역에서 가능하기에 사실상 28㎓ 설치를 전제한 것이라는 게 국회입법조사처 입장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측은 "최근 5G 속도 품질에 대한 집단소송이 제기되는 등 국민이 5G에 실망하게 된 배경에는 정부와 이동통신사가 홍보한 28㎓ 대역 속도를 체감할 (기지국) 구축이 이뤄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파수 할당 당시 주파수 대역의 특성, 현 기술 수준, 설치 가능성 등을 검토해 설치 의무 기준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28㎓ 전국망 설치 가능성과 가능성에 따른 주파수 할당 계획 등 향후 정책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명확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통 3사의 알뜰폰 자회사 비중이 전체의 45.7%…"시장 점유율 확대 제한 정책 필요"

국회입법조사처는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 3사 자회사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해 알뜰폰 사업 도입 취지를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알뜰폰 사업은 이통 3사로부터 망을 임대해 통신 서비스를 제공, 이통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데 목적을 둔다. 하지만 올해 3월 기준 이통 3사 알뜰폰 자회사 가입자는 227만명으로 전체 가입자(606만명)의 45.7%를 차지했다. 최근까지도 이통 3사 알뜰폰 자회사의 가입자 비율은 꾸준히 증가한다는 게 입법조사처 설명이다.

과기정통부는 이통 3사 알뜰폰 자회사의 시장 점유율 확대로 공정 경쟁이 저하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구체적인 제도 방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알뜰폰 자회사 영향력 확대를 제재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2건과 관련해서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같은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정부가 구체적인 제도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고 봤다. 휴대전화 서비스에서 이통 3사 자회사에 가입자가 집중된 현상을 분석해 시장 점유율 확대를 방지하는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알뜰폰 전용카드 등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알뜰폰 지원 정책의 효과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더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