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인터넷 장애로 불편을 겪은 개인 가입자와 소상공인 일괄 보상에 나선다. 무선과 인터넷, IP형 전화, 기업 상품 가입자를 포함하면 총 3500만회선이며, 보상액 규모는 350억~400억원이다.

개인과 기업 가입자는 가입 상품에 따라 최장 장애 시간(89분)의 10배 수준인 15시간분의 보상액이 책정된다. 5만원대 휴대폰 요금제 상품을 이용한다면 보상액은 1000원대 수준이다. 점심 시간대 장애로 피해 규모가 큰 소상공인에는 추가로 10일 치 보상액을 지급한다. 월 2만5000원대 인터넷 상품에 가입한 소상공인 보상액은 7000~8000원대다.

서창석 KT 네트워크혁신TF장(왼쪽)과 박현진 KT 네트워크혁신TF 전무가 기자 설명회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서창석 KT 네트워크혁신TF장(왼쪽)과 박현진 KT 네트워크혁신TF 전무가 기자 설명회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휴대폰 통신비 월 5만원이라면 보상액은 1000원대

KT는 1일 오전 서울 KT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 설명회를 개최해 전국에서 발생한 유·무선 통신 장애 관련 피해보상안과 재발 방지책을 밝혔다.

KT는 이 자리에서 29일 개최한 긴급 이사회를 통해 마련한 피해 보상책을 밝혔다. 가입자 유형과 사업 규모에 따라 피해 범위가 다양한 만큼 신속하고 빠른 보상을 위해 일괄 보상책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박현진 KT 네트워크혁신TF 전무는 "약관에 구애받지 않고 보상을 하는 것으로 긴급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했다. 고객이 장애를 겪었는지 여부와 별개로 별도 신청 없이 일괄 보상하겠다"며 "개별 고객의 불편이 다양할 수밖에 없고, 객관적인 사실 확인도 어려워 신속하게 보상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KT는 개인과 기업 가입자에게 최장 장애 시간(89분)을 기준으로 10배 수준인 900분(15시간)에 해당하는 보상액을 지급한다. 회선별로 보상하기에 예를 들어 개인 가입자라고 하더라도 무선과 인터넷 상품 등 가입한 서비스가 다수라면 보상액은 달라질 수 있다.

박 전무는 "(무선 상품) 납부액이 5만원 정도라면 (보상액은) 1000원 조금 더 넘는 수준이다"며 "다만 소액결제를 한다든지, 글로벌 로밍 등 특수사항은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점심 시간대 인터넷 장애로 사업 운영에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는 추가 보상액을 지급한다. 인터넷 가입자와 IP형 전화 가입자를 기준으로 서비스 상품의 10일 치 금액을 보상한다. 사업자등록번호로 가입한 사업자나 부가세 신고 등 KT에서 개인 사업자로 관리하는 회선 가입자가 대상이다. 가입 상품 별로 차이는 있지만, 월 2만5000원대 상품을 이용 중이라면 7000~8000원대 보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KT는 별도 할인액을 제외한 실제 청구액을 기준으로 보상액을 산정한다고 밝혔다. 결합상품이나 가족결합 등으로 할인을 받는다면 할인 후 금액이 보상 기준이 된다. 단, 무선 가입자 중 단말 구매 과정에서 공시지원금 대신 선택약정(25%) 할인을 택한 가입자의 경우 할인 전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KT는 무선과 인터넷 등 모든 가입자를 포함하면 이번 보상 대상이 총 3500만회선 규모라고 밝혔다. 이중 소상공인은 약 400만회선이다. 총 보상액은 350억~400억원 규모다. 11월분 요금 청구서에 보상액을 일괄 반영해 12월 고지할 예정이다.

KT는 피해 보상을 위해 이번 주에 별도 홈페이지를 마련함과 동시에 전담 콜센터를 개설한다. 향후 2주간 운영하며 피해 보상 안내와 보상액 확인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해당 콜센터를 통해 구체적인 피해 규모와 유형도 추가로 파악할 예정이다.

박 전무는 향후 피해 규모 파악 이후 추가 보상책 발표가 이뤄질지와 관련해선 "추가적인 것은 접수를 통해서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T 부산국사에서 협력사 직원이 라우팅 작업 중에 엑시트(exit) 명령어를 누락하면서 라우터 오류가 발생했고, 해당 오류가 전국 라우터로 확산하면서 전국 단위 인터넷 장애가 발생했다. / 김평화 기자
KT 부산국사에서 협력사 직원이 라우팅 작업 중에 엑시트(exit) 명령어를 누락하면서 라우터 오류가 발생했고, 해당 오류가 전국 라우터로 확산하면서 전국 단위 인터넷 장애가 발생했다. / 김평화 기자
현장작업 자동통제로 통신 장애 재발 없앤다…"백업망 구축해 유·무선 인터넷 동시 장애 해결"

KT는 이번 설명회에서 전국 유·무선 통신 장애의 원인이 된 KT 부산국사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작업 오류가 재발하지 않도록 작업 프로세스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KT는 야간작업으로 진행돼야 했지만 주간에 KT 관리자 없이 협력사 직원으로만 작업이 이뤄진 점, 라우팅 작업 중 마지막 명령어인 엑시트(exit)가 빠진 것을 파악하지 못해 문제를 키운 점을 개선하고자 현장작업 자동통제 시스템을 도입한다.

서창석 KT 네트워크혁신TF장은 "현장작업 자동통제 시스템으로 주요 명령 작업자가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는 명령어를 실행할 때 관리자 인증을 요청한 후 승인이 떨어져야 명령어를 수행하도록 하겠다"며 "미승인 작업이 전국 어디에서 이뤄지더라도 실시간으로 자동 검출하는 기능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라우터 오류가 전국 라우터로 빠르게 확산하는 중에 이를 차단할 시스템이 부재했던 기술 문제와 관련해서는 가상화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시뮬레이션 시스템 확대에 나선다. 전국 각지에서 새로운 라우팅을 적용하기 전 최종 테스트를 거친 후 이를 실제 망에 적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센터망, 중계망, 엣지망으로 이뤄진 KT망에서 라우팅 오류 문제가 확산하지 않도록 엣지망 단위까지 라우팅 오류 확산방지 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다. 유선과 무선 인터넷 장애가 동시 발생해 피해를 키우지 않도록 여러 형태의 백업망도 구축한다.

서 TF장은 "라우팅 설정 작업은 연 4000번 정도 하는데, 문제가 없다가 이번에 장애가 생겼다. 베이식(Basic) 관점에서 기본을 철저히 지키겠다"며 "유선 인터넷망 장애시 무선 서비스는 가능하도록 다양한 형태의 백업망을 이용한 생존성 확보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