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올해 지스타 2018에서 돋보인 것은 전시장 여기저기서 눈에 띄는 선명한 LG 로고였다. 자체 부스를 꾸렸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존재감이 없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스타 2018에 마련된 LG전자 부스 모습. / 최용석 기자
지스타 2018에 마련된 LG전자 부스 모습. / 최용석 기자
올해도 LG전자는 국내 대형 가전업체 중 유일하게 자체 부스를 지스타 현장에 마련했다. 내용은 크게 바뀐 것은 없었다. 자사의 다양한 게이밍 모니터와 이를 사용한 게이밍 PC 체험존, 간단한 게임 대회 등 현장 이벤트를 진행하기 위한 무대 등의 구성은 지난해와 대동소이했다. 전시된 모니터와 체험용 노트북 등이 좀 더 신형 모델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스타 전체 행사장 정 중앙을 차지한 카카오게임즈의 배틀그라운드 부스는 100여 대에 달하는 LG전자 게이밍 모니터로 가득 차서 그 존재감을 확실히 전달했다. 하드웨어만 보면 LG 부스인지 게임사 부스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LG전자 부스의 주력 제품은 다양한 종류의 최신 게이밍 모니터였다. / 최용석 기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LG전자 부스의 주력 제품은 다양한 종류의 최신 게이밍 모니터였다. / 최용석 기자
게이밍 모니터뿐만은 아니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게임 회사 중 하나인 넥슨 부스도 LG전자가 점령했다. ‘트라하’, ‘마비노기 모바일’, ‘바람의나라: 연’,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 M’, ‘테일즈위버M’ 등 각종 모바일 게임 기대작들이 LG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V40 씽큐(ThinQ) 및 ‘LG G7 씽Q’로 구동됐다.

지난해 지스타 행사장은 그야말로 거대한 삼성전자 부스나 다름없었다. 가뜩이나 모바일 신작 게임들이 대거 등장한 행사에서 거의 모든 게임사 부스에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 제품들로 도배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체 부스 내에서만 게이밍 PC와 모니터 등을 선보인 LG전자는 그만큼 존재감이 없다시피 했다.

카카오게임즈 배틀그라운드 시연장에 설치된 ‘LG 울트라기어’ 게이밍모니터 제품들. / 최용석 기자
카카오게임즈 배틀그라운드 시연장에 설치된 ‘LG 울트라기어’ 게이밍모니터 제품들. / 최용석 기자
반면 올해는 지스타 행사장 어디를 가든 LG 모니터나 스마트폰이 눈에 띄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존재감이 없던 부스는 구성이나 규모가 지난해와 별 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각 부스에 깔린 자사 제품과 시너지를 냄으로써 지스타를 찾은 참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LG 브랜드를 각인하는 광고탑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모양새다.

물론, 최대 맞수인 삼성 역시 에픽게임즈, 넷마블 등의 대형 게임 부스에 자사의 게이밍 모니터와 PC, 스마트폰 및 태블릿 제품들을 테스트용으로 다수 제공하며 여전히 지스타에서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미 대형 부스의 절반가량을 LG전자가 자치한 데다, 역으로 자체적인 부스가 없는 것이 마이너스로 작용해 그 존재감은 지난해의 절반만도 못하다.

지스타 참관객들이 넥슨 부스에서 LG전자 ‘V40 씽큐’로 최신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모습. / 최용석 기자
지스타 참관객들이 넥슨 부스에서 LG전자 ‘V40 씽큐’로 최신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모습. / 최용석 기자
게임 시장이 커지고 고사양 게이밍 PC와 주변기기들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HP, 델, 레노버 등 전통적인 PC 제조사들은 앞다투어 게이밍 PC 및 하드웨어 브랜드와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LG와 삼성 역시 게이밍 PC 및 하드웨어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는 사람만 아는 수준이다.

그런 상황에서 LG전자는 이번 지스타를 절반쯤 ‘엘스타’로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게이밍 하드웨어 부문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모양새다. 다만 최대의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비교해 모니터를 제외하면 브랜드 마케팅과 제품 라인업 구성에서 여전히 열세에 있는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