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와 닛산이 카를로스 곤의 대체자를 찾는 일에 옥신각신하는 양상이다. 르노는 새 대표를 찾는 긴급의총을 닛산에 제안했지만, 닛산이 거부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닛산은 2019년 3월 주주총회에서 새 대표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 겸 CEO. / 르노 제공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 겸 CEO. / 르노 제공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1월 20일 일본 검찰에 체포됐다. 유가증권보고서에 임금 등 보수를 축소 기재했다는 금융상품거래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은 것이다.

18일(현지시각)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곤 회장의 부재로 경영 공백이 불가피한 가운데,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수장이기도 한 카를로스 곤을 신임한다는 르노 측과 일본인 경영자를 새 대표로 앉히려는 닛산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중이다.

닛산 최대 주주이기도 한 르노의 티에리 볼레로 임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 히로카와 사이토 닛산 사장 겸 임시 CEO에 서한을 통해 긴급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할 것을 촉구한 상태다. 이 서한을 통해 볼레로 임시 CEO는 "일본 검찰이 곤 회장과 닛산을 기소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중대한 위험이 되고 있다"며 "주주총회는 이 문제를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논의할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에 닛산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카를로스 곤 회장의 후임에 대한 논의를 2019년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까지 끌고 갈 것임을 밝혔다. 또 문제 해결을 위해 ‘거버넌스 개선 특별위원회’의 구성도 발표했다.

거버넌스 개선 특별위원회는 곤 회장으로 촉발된 임원 부정행위 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으로, 전직 검찰과 3명의 거버넌스 전문가, 닛산 사외이사 3명,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닛산이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서 투명한 지배구조(거버넌스)를 갖춰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실제 닛산의 사외이사는 6월 두명이 추가될 때까지 전직 르노 임원 1명 뿐이었고, 이사회 위원회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곤 체제에서 이사회 보수나, 임명, 감사에 대한 감독이 부실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거버넌스 개선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은 미정이다. 닛산 사외이사 측이 결함이 뚜렷한 지배구조상에서 사이카와 히로토 사장 겸 임시 CEO를 이사회 의장으로 앉히는 것이 논리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다시 한사람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사장은 "나는 현재 회사 재건을 위한 CEO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본 쪽에서는 르노의 지배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닛산과 르노의 지분 관계가 재정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맹 관계지만 르노는 닛산 지분 43.4%를 보유한 반면, 닛산은 르노 지분을 15%만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결권도 갖추고 있지 않아 불평등한 관계라는 이야기가 곤 회장 체포 당시부터 제기되고 있다.

르노가 긴급 주총을 요구한 것도 결국에는 르노가 닛산의 최대주주라는 점을 앞세워 주주총회에서 대표 선임을 결정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르노 측 인물을 닛산의 새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 현재 르노는 닛산의 회장 선임에 관여가 가능하다. 과거 닛산 지분을 인수하면서 맺은 기본합의서에 그 같은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 기본합의서에 따르면 르노는 닛산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이상의 고위 임원을 선임할 권리가 있다.

반대로 닛산은 부정행위를 저지른 카를로스 곤이 르노가 임명한 사람인 만큼 다시 르노 측 인사로 회장 자리를 채울 수 없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