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전문가들이 뭉쳐 2015년 설립한 A사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AI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남다른 기술력을 바탕으로 회사를 키우기 위해 최근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지정감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A사는 자본잠식 평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1차 통과했던 정부 사업에서도 불이익을 받아 참여가 불가능해졌다.

AI 연구 능력과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사라진 셈이다. 레퍼런스를 중요시하는 해외 수출길 마저도 막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술특례상장이란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가시적인 실적은 미미하지만 기술력과 미래 기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기술 기업이 기술평가를 활용해 코스닥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주는 제도다. 상장(IPO) 특례가 오히려 회사 성장을 가로 막은 셈이다. 재무제표 상 발생하는 불이익에 예외를 적용하거나 별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스타트업이나 벤처 기업의 정부 프로젝트 참여 제한요건에 예외조항이 필요하다는 청원이 등록됐다.

IPO 하려니 자본잠식…투자 받은 금액이 부채돼

A사는 2015년 창업한 AI 스타트업이다. 2019년에는 전환상환우선주로 60억원 투자를 유치해 2020년 3월 현재 임직원 74명, 자본금 53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독자적인 AI 플랫폼을 확보한 덕분이다. 이 회사의 AI플랫폼 솔루션은 다양한 용역과 개발 사업을 바탕으로 유의미한 매출 실적을 거뒀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 150%, 고용 증가율 135%를 기록했다. 올해 미국과 아시아 지역에 법인 설립으로 해외진출 거점을 마련한다.

A사 관계자는 "이 같은 계획을 구체화하고 더 빠르게 회사를 키우기 위해 기업공개(IPO)가 필수라고 판단했다"며 "코스닥 기술성 평가를 통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코스닥 상장을 위해서는 외부 회계법인의 지정 감사가 필수다.
지정 감사는 일반회계기준(KGAAP)이 아닌 K-IFRS를 적용받는다. 회계기준이 변경되며 우선주 투자금 60억원이 부채로 바뀌었다. 자본총액이 53억에서 8억 자본잠식 됐다.

정부 과제 참여가 불가능해진 이유다. A사는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진행하는 정보통신·방송 기술개발사업 인공지능전문기업육성 신규과제에 지원해 1차 심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정부 수행관리지침 제29조 3항의 별표2에 따라 자본 전액잠식일 경우 과제참여 제한에 걸린다.

A사는 IITP에 문의한 결과 "재무제표의 자본총액만을 확인할 뿐"이라며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효과 부분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답을 받았다.

정부 프로젝트 참여 불가…해외 수출에 부정적 영향 우려

정부 프로젝트 참여 실적은 해외 수출에 매우 중요하다. 해외의 경우 최근 3년 간 유사사업 실적으로 사전 적격심사를 진행한다. 기술심사 시에도 레퍼런스에서 가장 높은 배점을 부여한다.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의 해외사업 수주가 감소했던 이유다. 앞서 소프트웨어진흥법으로 인해 2014년부터 국내 공공정보화사업을 하지 못한 SW 대기업이 불이익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사의 해외수출 기회도 함께 줄어든 셈이다.

A사 관계자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성과를 바탕으로 전환상환우선주를 투자 받은 상황에서 한걸음 성장하기 위한 코스닥 상장을 위해 회계 기준을 변경했다"며 "이로 인한 결과로 정부연구과제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본전액잠식요건이 부실한 기업이 공공의 재원인 정부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차단하기 위한 점임은 인정한다"면서도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재무제표 상 발생하는 불이익은 예외 적용이나 별도의 기준으로 재무안정성을 판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AI 스타트업으로서 본 과제는 연구 능력 및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