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 IP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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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최근 국내 모 대학 IP포트폴리오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다. 이번 작업에선 여러 분야 가운데 유독 ‘연구인력 라인업’이 눈에 들어왔다. 이 대학은 의학분야가 특화된 학교로 널리 알려진 학교다.

하지만, 실제로 보유특허(US특허 기준)를 분석해보니 전기전자 등 공학분야의 연구개발과 그에 따른 미국특허 출원건 역시 의학분야 못잖았다.

아래는 이 대학 US특허의 발명인 상위 10인에 대한 분포도다. 모수가 많지 않아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공대 교수진 역시 의료분야 못잖은 활발한 연구활동을 진행중임을 알 수 있었다.

US특허 발명자 TOP 10 / 자료 Patetnpia
US특허 발명자 TOP 10 / 자료 Patetnpia
좀 더 들어가보자. 이번에는 연구자간 케미 정도를 살펴봤다. 하나의 특허 출원을 위해 어떤 연구원들과 협업, 즉 ‘공동발명’ 네트워크를 형성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해당 조직의 R&D 중심에 ‘누가’ 있는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그 결과 ‘PARK, SANG JOON’이라는 발명자를 중심으로 가장 많은 연구개발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박상준은 비의대 교수다. 이밖에도 ‘Nguyen Thi’와 ‘HUR JAE HYUN’ 등도 여러 발명자들과 케미를 이루고 있었다.

공동발명자 네트워크 / 자료 Patentpia
공동발명자 네트워크 / 자료 Patentpia
최근 진행한 작업 가운데 대한민국 기술인력 유출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업체 SMIC 보유 IP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의외로 한국인 연구원이 발명자로 대거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다.

SMIC 소속 전현직 한국인 연구인력은 특급 개발자로 분류되는 인원만 누적으로 총 60여명에 달했다. 주니어급 연구자까지 합하면 100명선은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우리 기술이 중국에 유출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 출원건수 1위를 차지한 권 모 연구원은 국내 S대 물리학과 졸업후, 지난 1997년부터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에서 NOR/나노 플래시 엔지니어로 5년여 동안 근무했다.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 2006년부터 12년간 SMIC에 재직하며 메모리 설계 등을 담당했다.

SMIC에서는 US특허만 총 10건을 출원하는데 기여했다. 중국과 일본, 유럽 등지로 대상 출원국을 넓힐 경우, 훨씬 더 많은 건수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권 연구원은 지난 5월 SMIC를 퇴사, 현재는 칭다오 소재의 또 다른 중국 반도체 기업에 재직중이다.

중국 SMIC 소속 한인 연구원 출원 TOP10 /자료 USPTO/ResearchAll.net
중국 SMIC 소속 한인 연구원 출원 TOP10 /자료 USPTO/ResearchAll.net
특허는 통상 복잡한 기술과 법률용어로 범벅이 된, 지구상 가장 읽기 힘든 문헌중 하나다. 하지만 이를 각 필드별 DB화를 통해 정제 및 분석 과정을 거치면, 이렇듯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IP 빅데이터’가 갖는 힘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경동 IP컨설턴트

윕스 전문위원과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 편집장, 전자신문 기자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100 △ICT 시사상식 등이 있습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의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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