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 인터뷰
"디지털 전환도 결국은 수단, 목적부터 명확히 해야"
기술이 아닌 조직의 문제
결국은 인재

"디지털 전환(DT, Digital Transformation)도 결국 수단입니다. 다들 너도나도 인공지능(AI)이 대세라고 하니 AI를 찾지요. 하지만 AI도, 클라우드도 결국에는 디지털 전환 수단에 불과할 뿐입니다. 자사에 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지 목적부터 명확히 하는게 필요합니다."

다쏘시스템은 프랑스에 본사를 둔 3D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이다. 현실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구현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많은 기업이 다쏘시스템 플랫폼을 포함해 디지털 전환에 활용할 수 있는 각종 인프라와 솔루션, 기술에 관심을 갖는다. AI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를 접목해 자사 사업을 디지털화하거나 아날로그 기반 업무환경을 대폭 개선하고 싶어한다.

문제는 디지털 전환을 외치는 대다수 기업은 솔루션만 도입하고 있을 뿐이다. 정작 디지털 전환이 왜 자사 사업에 필요한지를 물으면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는 "요즘 AI가 뜬다니까 AI에 관심은 갖지만 하필 여러 기술 중에 왜 AI가 필요한지를 물으면 답을 못한다"며 "디지털 환경이 중요하다는건 알지만 우리 회사에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라고 꼬집었다.

IT조선은 1월21일 오후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다쏘시스템코리아 본사에서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그는 디지털 전환을 위해 우리 기업이 해야할 것들에 대해 조언했다.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 다쏘시스템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 다쏘시스템
―최근 한국 기업은 디지털 전환에 관심이 높다. 그 이유는 뭐라 생각하나

"많은 기업이 10년, 20년 후 생존을 대비하기 위해 디지털 전략에 관심을 갖는다.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론으로 찾는다.

중요한건 기업마다 디지털 전환 목적과 수단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 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지 각자 답을 명확히 갖고 있진 못하다.

디지털로 체질을 전환했다면 온 몸 구석구석에 디지털 피가 돌아야 한다. 그런데 다들 겉에 피부만 이식하고 있다. 보여주기 식 디지털 전환에 그치기 일쑤다. 종종 다쏘시스템 플랫폼에는 AI가 탑재돼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당연히 포함돼 있다. 우리와 사업 제안서에 반드시 AI라는 단어를 넣어달라는 말도 들었다. 윗분들에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조직경영 문제인가

"그렇다. 국내 기업은 대부분 사일로(Silo, 회사 안에 성이나 담을 쌓고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부서)환경으로 운영된다. 다른 팀과 절대 같이 일 안한다.

CEO(최고경영책임자)가 책임지고 혁신을 과감하게 시도하기도 두려워한다. 일하는 방법을 바꾸려면 조직 전체를 뒤집어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걸 시도해야 한. 한국은 CEO 임기가 해외에 비해 짧은 편이다. 그래서 그런건지, 리스크를 부담하기 꺼려한다. "

―일부 기업이 최고디지털책임자(CDO, Cheif Digital Officer)를 두고 조직혁신을 전담할 담당자를 두는 이유인 것 같다. CDO가 해야 할 역할은

"CDO 역할은 기업 대표가 세운 디지털 전환 목적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국내외 기업사례를 분석하고 우리 회사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할 수도 있다.

전제조건은 CEO가 회사의 향후 10년 후를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분명한 비전과 목표를 세워놓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돕는 사람이 CDO다."

―CDO를 도입한 기업 사례를 든다면

"우리 회사 사례를 하나 들겠다. 재밌는게 뭐냐면, 다쏘시스템 본사 CDO는 HR(인재관리) 전체 총괄도 함께 맡는다. 완전 다른 업무 같은데 어떻게 한 사람이 다 맡느냐고 궁금해할 수도 있다.

사실 디지털 전환 핵심은 기술이 아닌 인재다. 새로운 조직을 꾸린 뒤엔 그 조직에 맞는 사람을 배치해야 한다. 회사의 역할은 구성원이 교육과 경험을 통해 숙련되게끔 돕는거다. 그래야 오늘만 사는 조직이 아닌 내일을 대비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다."

―기업이 인재를 운영하는 전략은

"기술이나 전문성이 중요한 시대는 아닌 것 같다. 지식은 어차피 인터넷에 다 있으니까. 어떤 기술을 어디에 접목해야 새로운 걸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아는 인재가 필요하다. 소위 융합형 인재다.

최근에 한 중국 자동차회사를 방문했다. 조직 구성이 참 특이했다. 자동차기업인데 어떤 사람은 항공사 출신, 또 다른 사람은 전자회사 출신이더라. 자동차 회사출신이 중요한게 아니라 다양한 기술 활용경험이 중요하단 뜻이다. 이처럼 여러 분야를 두루 경험하고 그 경험을 융합할 수 있는 인재가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이들이다."

―CDO 이외에 디지털 전환 전담 조직을 별도 운영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다쏘시스템에도 조직이 따로 있나.

"세계 어떤 지사에도 없는, 다쏘시스템코리아에만 있는 조직이 있다. 와이콤(YCom)이라고 불리는 조직에는 신입으로 들어온 인턴들이 활동한다. 와이콤은 사내문화나 각종 제안을 던지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다쏘시스템 플랫폼이 기업 디지털 전환을 돕는 툴이라지만 정작 우리도 업무에 잘 활용을 안하고 있더라. 나이가 있는 구성원들은 여전히 이메일과 전화를 선호한다. 그래서 와이콤에 다쏘시스템 플랫폼을 협업툴로 활용할 방법과 전략을 구상해보라고 맡겼다.

그들끼리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더니 커뮤니티를 만들고 업무에 이것저것 도입해보더라. 자연스럽게 사내에서 다쏘시스템 플랫폼을 많이 쓰게 됐다. 만약 이걸 시니어급 직원에게 맡겼으면 잘 됐을까. 젊은 친구들이 빨리 배우고 기술에 쉽게 접근하다보니 덕분에 사내 문화가 빠르게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와이콤이라는 조직은 한국에서 처음 만들었는데, 해외 지사에서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디지털 전환 전담인력이든 팀을 구성하든 중요한건 디지털 전환에 회사 임원이 중심 역할을 해선 안된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에 전권을 넘겨라. 이들이 권한을 갖고 여러 아이디어를 마음껏 실행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원은 옆에서 도움이나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국내 대기업도 디지털 전환에 관심이 높지만 조직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전환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대기업도 스타트업처럼 운영해야 한다. 혁신하려면 빠르게 고객 반응을 듣고 수정하고 결정해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스타트업같은 작은 조직을 갖춰야 한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모범 사례다. 글로벌 IT기업 반열에 오른 구글이 왜 굳이 모회사 알파벳이 필요했겠나. 이미 거대 기업이 된 구글과 분리된, 별도의 작은 실험 조직을 만들어 혁신을 실험하려는 거다. 알파벳 자회사는 빠르게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결정해 사업화하는, 사실상 스타트업과 같이 운영된다.

대기업도 작은 조직을 많이 만들어 스타트업처럼 실험하고 혁신해야 한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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