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은하선풍 브라이거(銀河旋風ブライガー)’는 한때 애니메이션 제작사였던 국제영화사가 기획하고 마징가Z 등 다수의 유명작을 배출한 토에이 애니메이션이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국제영화사는 현재 판권관리회사로 변모했지만 브라이거를 필두로 한 ‘J9 삼부작'은 아직도 많은 SF로봇 애니 팬들 사이에 기억되고 있다.

은하선풍 브라이거 오프닝 영상 / 유튜브

2014년 J9시리즈 최신작으로 중국 고전 ‘수호전'을 바탕으로 한 ‘은하신풍 진라이거'가 발표됐지만 2018년 J9시리즈 원작자 야마모토 유우(山本優)의 사망으로 애니 제작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각본가 야마모토는 생전 타임보칸, 이상한 나라의 폴, 기동전사 건담, 투사 고디안, 독수리오형제 등 다수의 명작 애니메이션 각본 제작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은하선풍 브라이거 일러스트 / 토에이
은하선풍 브라이거 일러스트 / 토에이
1981년작 애니 ‘은하선풍 브라이거'는 할리우드 영화 ‘77 선셋스트립(77 Sunset Strip)’ 등 1950년대 미국 탐정 드라마에 일본 시대극을 융합하는 방식으로 시나리오가 구성됐다. 당시 애니메이션 매체들은 이 작품을 1972년작 일본 드라마 ‘필살(必殺)’ 시리즈의 SF버전으로 평가했다.

1988년 출간된 ‘1980년대 애니대전(アニメ大全)’에 따르면 브라이거는 여성 시청자가 전체의 90%를 차지할만큼 여성 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는 주인공 캐릭터가 미남미녀로 구성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잡지 아니메쥬 기사에 따르면 J9시리즈 캐릭터 디자인은 ‘루팡3세'시리즈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주인공 스나이퍼 ‘킷드’는 루팡3세를, 여주인공 ‘마치코’는 미네 후지코를, 카 레이서 출신 ‘보위’는 지겐 다이스케를, J9리더인 ‘아이작'은 고에몽을 모티브로 캐릭터가 디자인 됐다.

브라이거 캐릭터 디자이너는 코마쯔바라 카즈오(小松原一男)다. 그는 생전 ‘데빌맨', ‘큐티하니', ‘겟타로보', ‘그렌다이저', ‘캡틴하록' 등 명작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그려냈다.

요츠지 타카오(四辻たかお) 감독은 브라이거 종영을 앞두고 애니 전문 매체를 통해 극장판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으나, 실현되지는 못했다.

은하선풍 브라이거 주인공 캐릭터 일러스트 / 야후재팬
은하선풍 브라이거 주인공 캐릭터 일러스트 / 야후재팬
은하선풍 브라이거는 가상의 2111년을 무대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류가 본격적으로 우주로 진출하는 시대 속에서 혹성개발권을 둘러싼 쟁탈전과 부패한 권력과 손잡은 거대한 범죄조직 등이 활개치는 세상이다. ‘커넥션'이라 불리는 범죄조직 앞에 힘 없는 사람들은 눈물만 삼킬 뿐이다.

이 상황 속에서 운석군 아스테로이드벨트 환락가에서 4명의 젊은 주인공이 우주 해결사 ‘코즈모레이저 J9’을 결성한다. J9은 거대 슈퍼로봇 ‘브라이거'를 몰고 높은 보수를 받는 대신 법 위에 군림하는 악당들을 하나하나 처치해 간다. J9은 범죄 조직 ‘누비스 커넥션'의 젊은 수령 카멘카멘과 맞서게 된다. 카멘은 우주를 자기 손에 넣기 위해 목성을 파괴해 대량의 혹성을 창조하는 ‘대 아툼 계획'을 실행한다.

은하선풍 브라이거 설정 자료집 일부 / 야후재팬
은하선풍 브라이거 설정 자료집 일부 / 야후재팬
J9의 슈퍼로봇 브라이거는 높이 기준 크기 32.4미터에 총중량 315톤에 달하는 거대 로봇이다. 마징가Z와 건담이 18미터급이란 점을 고려하면 2배쯤에 해당한다.

브라이거는 작품 속 이론인 ‘싱크로 원리'에 기초해 만들어졌다. 슈퍼카 브라이선더가 물질증대 프라즈마 시스템에 의해 변신하고 거대화돼 우주선 브라이스타가 된다. 브라이스타는 또 다시 3단 변신이 가능한 슈퍼로봇 브라이거로 거듭난다.

600년뒤 태양계를 무대로 한 ‘은하열풍 바쿠싱가'

브라이거의 후속작인 1982년작 ‘은하열풍 바쿠싱가(銀河烈風バクシンガー)’는 전작으로부터 600년뒤의 세상을 무대로 새로운 주인공을 등장시켰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일본 막말시대 동란기를 바탕으로 SF스토리로 재구성했다.

은하열풍 바쿠싱가 오프닝 영상 / 유튜브

28세기를 맞이한 인류는 지구괘도상의 35개의 식민혹성에 옮겨 살게된다. 각 혹성은 태양계관리기구 도미스틱 바쿠후(막부)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후손인 메리카 등 외우주함대와의 접촉을 계기로 막부체제가 흔들리게 된다.

은하열풍 바쿠싱가 캐릭터 일러스트 / 야후재팬
은하열풍 바쿠싱가 캐릭터 일러스트 / 야후재팬
이 와중에 아스테로이드의 전설이라 불리는 ‘코즈모레인저 J9’을 동경하던 주인공은 동료들과 함께 ‘은하열풍대'를 결성한다. 은하열풍대는 막부 리더 아윈14세 경비 임무를 계기로 막부의 특별경비대로 위치하게 된다. 은하열풍대는 거대 슈퍼로봇 ‘바쿠싱가'를 몰로 반 막부세력과 싸우게 된다.

은하열풍 바쿠싱가 일러스트 / 야후재팬
은하열풍 바쿠싱가 일러스트 / 야후재팬
은하열풍대원이 탑승하는 거대 로봇 바쿠싱가는 다섯 대의 오토바이가 작품 속 ‘싱크로 이론’에 따라 합체 변신한다. 로봇 형태를 기준으로 높이 48미터에 중량은 106.6톤에 달한다.

J9시리즈 최종작 ‘은하질풍 사스라이가'

J9 삼부작 마지막 작품인 1983년작 ‘은하질풍 사스라이가(銀河疾風サスライガー)'는 프랑스 SF소설가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바탕으로 스토리가 구성됐다. 192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를 그린 할리우드 ‘갱' 영화를 모티브로 제작돼, 앞서 등장한 브라이거와 바쿠싱가와 달리 성인향 분위기와 연출이 특징이다.

은하질풍 사스라이가 오프닝 영상 / 유튜브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브루스 등 주인공은 1년간 50개 이상의 혹성을 돌아다닌다는 기획에 맞춰 당초 총 52화 분량이 만들어질 계획이었지만 방영기간이 2개월 단축되면서 43화 분량으로 마무리 됐다. 43화에서는 전작인 브라이거와 바쿠싱가 멤버가 등장하는 장면이 나오는 등 J9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는 연출이 등장했다.

은하질풍 사스라이가 블루레이 패키지 일러스트 / 트위터
은하질풍 사스라이가 블루레이 패키지 일러스트 / 트위터
은하질풍 사스라이가는 인류가 태양계 전체로 이주권을 형성한 30세기를 무대로 이야기를 펼친다. 대규모 전쟁은 사라졌지만 거대한 범죄조직의 암약으로 겉으로는 번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심각한 부패가 이어지고 있는 세상이다.

환락혹성 J9랜드에서 카지노로 큰 돈을 번 주인공 부르스는 카지노 지배인이자 블러디 신디게이트 보스로 부터 신태양계 주요혹성 50개를 1년 이내에 모두 방문한다는 내용의 내기 제안을 받게된다. 부르스는 전재산을 걸고 이를 수락한다.

주인공 부르스와 동료들은 ‘더블 제이나인(JJ9)’이란 팀 명을 앞세워 신디게이트의 온갖 방해와 결투를 맞서가며 신태양계 모험에 나선다.

사스라이가 / 야후재팬
사스라이가 / 야후재팬
로봇 사스라이가는 증기기관차 우주선 ‘J9 3호'에서 거대 슈퍼로봇으로 변신한다. 크기는 높이 기준 22.55미터, 중량은 72.5톤에 달한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