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파수재할당 산정대가로 최대 3조9000억원, 5세대(5G) 기지국 구축시 3조2000억원을 받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이통3사와 전문가들이 위법성 논란과 이중 부과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주파수 재할당 정책방안 공개 설명회에서 패널 토론 중인 모습 / 류은주 기자
주파수 재할당 정책방안 공개 설명회에서 패널 토론 중인 모습 / 류은주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7일 서울 강남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방안 공개설명회'를 개최했다. 과기정통부는 설명회에서 재할당 대가(5년 기준)는 최소 3조2000억원 이상으로 형성된다고 밝혔다.

해석 논란이 있던 전파법 시행령 14조 1항에서 정부가 기준으로 내세우는 과거 경매대가를 고려한 벤치마킹 접근법으로 계산했을 때 가격인 4조4000억원에서 27% 하향 조정한 가격이다. 5G 도입 영향에 따른 LTE 주파수 가치 하락요인을 어느정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날 패널 토론에서는 여전히 가격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통사가 별표3(예상 매출액 기준)으로 예측한 주파수 할당대가와 차이가 크다. 별표3을 기준으로 했을 때 예상 가격은 1조5000억~1조8000억원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ETRI 관계자, 주파수 재할당대가 연구반에 참여했던 교수, 소비자단체 관계자 등은 정부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다수 패널 참가자들은 주파수 할당대가와 관련한 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경영학부)는 "산정근거가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데, 국회에서 추진 중인 법개정 시행령에 구체적 근거 마련이 중요하다"며 "예측가능성 있는 표준화 법안이 필요하며, 기초과액이 어떻게 도출됐는지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박사는 "2016년 사례는 재할당 대가 산정시 경매대가를 반영하는 단초를 제공한 것이며, 비교 대상이 없는 가운데 이를 특수한 사례로 볼 경우 재할당 정책에 대한 일관성 저해는 물론 시장참여자가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저해시킬 수 있다"며 "전파관리정책은 당국의 재량이 많이 행사되는 것이 특징이지만, 중요한 것은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5G 투자옵션 둘러싼 논란

정부가 발표한 3조2000억원은 2022년까지 5G 무선국 15만국 이상을 구축했을 때 적용되는 가격이다. 하지만 LTE 주파수 재할당에 5G 투자옵션을 설정하는 것을 두고 잡음이 나온다. 이통사들은 물론 학계에서도 위법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다.

이통사 관계자들은 비유까지 들며 2022년까지 기지국 15만국 구축이 불가능한 조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이통사가 기지국 15만국을 구축할 경우 주파수 할당대가를 깎아주겠다는 입장이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은 "15만국은 8년동안 LTE를 꾸준히 투자했을 때 개수며, 3년만에 달성 어려운 의무를 부과하면서 달성을 못 하면 벌 받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이통3사 임원 3명에게 2달 내에 100m를 우사인볼트보다 빠른 9.48초만에 뛰라고 한 후에 늦으면 0.5초당 벌금내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항변했다.

김순용 KT 정책협력담당은 "5G 주파수 할당 당시 망구축 의무를 부여받았는데, 경매 끝나고 나서 또 사후에 조건을 추가한다면, 부당결부와 이중부과에 해당한다"며 "어느 사업자가 마음놓고 경매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고 성토했다.

이어 "기지국 1국에 최소 장비가 2개이상이 들어가고, LTE보다 비용이 두배나 비싸다"며 "5G 활성화를 위해 농어촌 지역 등은 로밍을 하자고 정부와 얘기가 된 상황에서, 로밍을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도 이중부과 문제를 지적하며 현실적인 조건과 산정대가를 마련해 줄 것을 호소했다. 김윤호 LG유플러스 상무는 "감나무 농부도 까치가 따 먹을 감은 남겨놓는다"며 "정부가 제시한 4조4000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당장 2021년에 부담해야하는 할당대가만 6000억원이 넘는데, 그럴거면 돈이라도 꿀 수 있게 은행을 자회사로 두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대체 얼마를 벌어 얼마를 내야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감이 안잡힌다"며 "사업자가 감내할 수준에서 현실에 맞게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5G 투자는 옵션일 뿐 신규 할당처럼 의무를 부과한 것이 아니기에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처분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봉이 김선달 조롱 받는 과기부 "3.2조원이하는 안 돼"

이날 토론회에서 주파수 재할당 연구반에 참여한 전문가와 정부는 5G 투자옵션 이중 부과 등 여러 위법 논란에 선을 그었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 / 류은주 기자
오용수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 / 류은주 기자
송시강 홍익대 교수는 "이보다 더 합리적일 수 없는 진전된 방안이며 정책에 위헌, 위법 소지가 전혀없다"며 "이통사가 원할시 주파수 이용기간을 단축해주고 반납을 허용해줌으로써 불확실성을 줄여주고자 했으며, 과거 경매대가를 어떻게 조정할지 획일적 기준을 만드는 것은 어려우므로 정부가 재량을 적절히 행사하며 조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3조2000억원이라는 가격에 대해서도 추가 인하 가능성과 주파수 할당대가를 명확히 할 전파법 개정을 고려하지 않는다. 정영길 과기정통부 주파주정책과장은 "가장 합리적인 경제적 가치를 찾기위해 1년간 노력해 얻은 결과물이다"며 "주파수는 시점과 대역 특성에 따라 일률적 방정식을 대입하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수익성과 경제성 등을 고려한 가치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명회가 끝난 후 이통3사와 협의한 후에 기준 가격 인하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묻자 정 과장은 "기준가격은 1년간 검토를 거쳐 정한 가격으로 합리적인 수준으로 보고 있어, 협의를 하더라도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될 것이다"며 "다만, 현실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미시적인 내용은 사업자들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오용수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언급하며 최근 과기정통부가 ‘봉이김선달'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한 소회를 밝히도 했다.

오 국장은 "정부가 ‘봉이 김선달’이냐는 기사도 봤는데 정부는 봉이 김선달이 되지 않으려 할 뿐만 아니라 통신사업자들이 봉이김선달이 되지 않게 해야 하고, 한정된 국가자원을 관리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며 "한정된 주파수라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가치를 극대화할 유인을 많이 만드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자 재량이다"라고 강조했다.

설명회 전까지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던 이통사들은 당분간 정부와의 협의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설명회에 참석한 것 자체가 소송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어느 정도의 의사표현이라 본다"며 "정부와 협의를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