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와 금융회사, 주유소 등 공통분모가 없을 것 같던 회사들 간 합종 연횡이 최근 이슈다. 기존 산업에 ICT 기술을 결합한 과거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산업이 등장한다. 이른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기존 기업들이 발빠르게 참여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향후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평가한다.

LG전자와 GS칼텍스가 선보이는 미래형 주유소(에너지플러스 허브) 조감도 / LG전자
LG전자와 GS칼텍스가 선보이는 미래형 주유소(에너지플러스 허브) 조감도 / LG전자
삼성·LG에 이통사까지 새로운 협력 바람 ‘솔솔’

19일 제조 및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이종 업계 간 합종연횡이 트렌드로 떠오른다. 전자 업체와 숙박·정유 업체가 만나는가 하면, 이통사와 물류 업체가 만나 협력을 모색한다.

LG전자는 18일 GS칼텍스와 전기차 충전소 통합 관리 솔루션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양사가 지닌 기술과 자본을 토대로 디지털 기반의 미래형 주유소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최근 신한은행과 손잡고 인공지능(AI) 기반의 서비스 협력과 공동 비즈니스 개발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삼성전자의 인공인간 ‘네온'을 도입해 디지털 기반의 고객 서비스를 한층 높이겠다는 취지다. 신세계조선호텔과는 스마트 시스템으로 호텔 서비스를 혁신한다.

이동통신사들도 각각 사업 행보를 분주히 한다. KT는 미래형 물류 혁신을 위해 GS리테일과 손잡았다. AI 물류 최적화 플랫폼 등의 신기술 역량을 활용해 디지털 물류 사업을 그리겠다는 취지다. LG유플러스는 CJ올리브네트웍스, 신한은행 등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미래 먹거리인 데이터 사업을 위해서다.

이종 업계와의 시너지로 ‘디지털 역량·새로운 먹거리’ 얻는 기업들

제조 및 이동통신 업체들이 과거와 달리 타 업종과의 시너지 모색에 활발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전 업계 디지털 전환이 보편화하면서 미래 산업 지형이 과거와는 달라졌기 때문이다. 모든 사업과 그에 따른 제품·서비스 결과물이 디지털 기반으로 이뤄지면서 새로운 먹거리도 창출되고 있다.

일례로 물류 사업은 과거 배송이 필요한 곳에 물품을 가져다주면 끝이었다. 이제는 운송 전 과정이 데이터로 쌓이면서 이를 기반으로 운송 경로, 일정 등을 최적화할 수 있게 됐다. 과거 특정 시간에 두 곳의 배송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디지털 기반의 의사결정으로 서너 곳의 배송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판매해 또 다른 수익을 남길 수도 있다. 미래형 물류 사업이 도래한 것이다.

구현모 KT 대표는 이같은 배경이 GS리테일과의 협력 계기가 됐음을 밝히며 "양사 간에 협력 시너지로 코로나 시대 물류 분야의 디지털 혁신 모델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KT가 추구하는 디지털플랫폼 기업(디지코, Digico)의 사례다"며 통신 사업(텔코, Telco)에서의 변화 의지도 드러냈다.

박지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역시 GS칼텍스와의 협력을 밝히며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박 CTO는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다양한 산업 분야 파트너와 협업하겠다"며 "빅데이터를 축적∙활용해 미래 기술과 신사업 기회를 지속해서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현모 KT 사장(왼쪽)과 허연수 GS리테일 대표가 17일 MOU 체결 후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 KT
구현모 KT 사장(왼쪽)과 허연수 GS리테일 대표가 17일 MOU 체결 후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 KT
"향후 업계 구분 모호해질 것"…때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협력 다가온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이종 업계 간 합종연횡이 향후에도 지속한다고 전망했다. 제조 및 이통 업계가 미래형 먹거리를 찾아 다양한 산업에 뛰어들면서 과거의 산업 구분이 모호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김창훈 KRG 부사장은 "이종 업계 간 결합이 활발해지면서 기존 업종 간 경계가 무의미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동통신사들만 해도 향후 생존 혹은 성장을 도모하고자 탈 통신 전략을 펼치며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이종 업체들이 전략적으로 제휴하면서 때로는 경쟁하는 복합 경쟁 체제가 시장에 나타날 것으로 본다"며 "이같은 시장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이 유연한 내부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이같은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계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변화한 산업 환경에 따른 과제를 해결하는 핵심 수단으로 디지털 전환을 꼽았다. 다양한 경제 주체가 활동에 참여해야 높은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기에 산업 생태계 전반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급변하는 환경에서 산업구조 혁신과 산업 활력 제고, 연대·협력 등 3대 산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민간 중심의 산업 디지털 전환이 핵심이다"고 밝혔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