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시가총액이 30조원을 넘겼다. 한국 게임 업계 최초다.

일본 도쿄거래소에 상장한 넥슨은 16일 종가가 전일보다 120엔(1266원, 3.8%) 상승하면서 3210엔(3만3932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가다. 시가총액은 2조8439억엔인데, 이를 16일 환율로 환산하면 30조583원이다.

넥슨 최근 3개월간 주가 변동표 / 넥슨 IR 홈페이지
넥슨 최근 3개월간 주가 변동표 / 넥슨 IR 홈페이지
시총 규모 기준으로, 넥슨은 일본 도쿄거래소 1부에 상장한 기업 중에서 50위에 올랐다. 게임사 중에서는 닌텐도(88조원)의 뒤를 잇는 기록이다. 반다이남코, 코나미 등 일본 유명 게임 업체를 전부 제쳤다.

한국 게임사 중 시총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엔씨소프트(19조561억원)다. 넥슨은 이보다 10조원 넘게 앞섰다. 넥슨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5월 17일 시총 20조원을 넘긴 이후 7개월만에 30조원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넥슨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자 주가도 상승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넥슨은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조5323억원을 기록해 연매출 3조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같은 기간 누적 영업이익도 이미 1조원을 넘겼다.

넥슨은 2019년의 위기를 깨끗이 털어내는 데 성공한 모양새다. 2019년에는 연초부터 김정주 NXC 대표가 넥슨 매각에 나선 것을 인정하면서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또한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중국 던전앤파이터’ 매출이 점점 줄어들었고, 성장 동력 역할을 해야 하는 신작 프로젝트도 다수 취소됐다.

당시 넥슨은 히트, 배틀라이트, 어센던트 원 등 야심 차게 선보였던 게임의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개발 자회사 띵소프트가 무려 8년을 개발한 ‘페리아 연대기’ 프로젝트도 취소했다. 넥슨 개발 조직을 이끌던 정상원 띵소프트 대표 겸 넥슨 개발총괄 부사장 등 핵심 인물 일부도 회사를 떠났다. ‘넥슨 위기설’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이후 넥슨은 ‘던파의 아버지’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를 외부 고문으로 임명하고 체질 개선에 나섰다. 허민 대표는 최근 넥슨과 원더홀딩스의 합작 법인 2개사의 대표를 겸임하면서 넥슨의 차기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마비노기 모바일’ 개발을 이끌고 있다.

회사는 2019년말 대작 모바일 MMORPG V4를 출시하고, 2020년에는 주요 지식재산권(IP)을 모바일 환경에서 재해석해 내놓는 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이 시기에 출시한 V4,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바람의나라 연 등이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최상위권에 오르는 데 성공하면서 매출을 견인했다. 3분기 넥슨 모바일게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0% 늘었다.

넥슨은 11월 29일 닛케이225에 편입되기도 했다. 닛케이225는 미국 ‘다우 지수’ ‘S&P500’ 같은 일본의 주가 지표다. 증권가에서는 도쿄 일본거래소의 증시 움직임을 나타낼 때 이 지표를 인용하는데, 여기에 넥슨이 편입된 점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넥슨은 중국 시장에 8월 선보이려던 게임 ‘던파 모바일’ 출시를 출시 하루 전날부터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넥슨은 ‘중국 청소년 규제에 맞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댔으나,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