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가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는 넥슨이 빗썸을 인수하려는 배경에 관심을 집중한다.

8일 IB(투자은행) 업계와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김정주 NXC 대표는 이정훈 빗썸코리아 의장이 보유한 지분 모두를 인수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인수가는 5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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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이 빗썸코리아 인수를 완료할 경우 넥슨은 빗썸 지분의 65%를 취득하게 된다. 현재 빗썸홀딩스는 빗썸 지분 74%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이정훈 의장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빗썸의 나머지 지분은 비덴트가 10%, 옴니텔이 8% 등을 갖고 있다.

NXC 측은 이와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빗썸, 넥슨 캐시카우 될

업계 일각에서는 넥슨의 빗썸 인수는 예정된 시나리오이며 그 이유는 ‘신성장동력 확보’라고 분석한다. 김정주 대표가 수년 전부터 가상자산에 큰 관심을 보여온데다가 이미 가상자산 거래소 인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NXC는 2016년 한국 첫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빗을 인수하고 2018년에는 유럽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사들였다. 김정주 대표는 같은 해 세계 최초의 가상자산 브로커리지 업체 타고미에도 투자했다. 당시 업계는 이를 두고 넥슨이 가상자산과 기존 게임사업을 연계하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사용자를 확보함으로써 그간 사용자 확보에 허덕이던 블록체인게임 산업 내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넥슨 측은 2018년 4월 진행된 NDC 현장에서 "가상자산과 게임사업을 연계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에는 가상자산에 대한 국내 규제당국의 부정적인 인식을 고려했던 답변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넥슨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인수한 후 블록체인 게임을 내놓지 않았다. 가상자산을 블록체인 게임보다는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는 것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정주 대표가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투자 광풍이 부는 타이밍에 빗썸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거래량이 어마어마한 만큼, 수수료 수익성과 더불어 시기를 틈탄 사업 다각화를 꾀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관련업계는 그 근거로 넥슨이 지난해 2월 새로운 가상자산 트레이딩 플랫폼 개발을 위한 자회사 아퀴스(Arques)를 설립한 점을 든다. 아퀴스는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트레이딩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퀀트 투자 스타트업 웨이브릿지로부터 가상자산 3억원쯤을 취득하면서 퀀트 방식의 가상자산 투자 시스템 연구에도 나섰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시행되면 요건을 못 맞추는 거래소 상당수가 문을 닫으면서 질서가 재편될 것이다"라며 "이런 면에서 대형 거래소인 빗썸을 인수한다면 당장의 이득에 더해 향후 재편된 질서에서 더 큰 이득을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주 대표의 아픈 손가락을 시원하게 뚫어줄 수 있는 매개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김정주 대표가 그간 인수·투자한 거래소를 보면 대부분 적자를 이어오면서 신사업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빗썸은 김 대표의 이 같은 아픈 손가락을 시원하게 뚫어줄 수 있는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빗썸 인수전, 게임사 뛰어드나

게임 업계에는 NXC가 빗썸에 눈독을 들이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게임 기업의 관심이 높아질 수는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섣부른 진입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거나 코인 발행에 방점을 둔 게임이 등장해 크게 성공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게임 업계도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한다"며 "블록체인은 단순히 게임을 잘만든다고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데다가 게임 업계의 리니지M처럼 상징적인 ‘대박’이 나온 사례도 없어 고민만 많아지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엔씨소프트가 빗썸 인수전에 뛰어들어 넥슨과 삼파전이 됐다는 소식도 들렸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사실이 아닌 내용이 확산돼 엔씨소프트와 주주, 투자자에게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