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가석방 後 차세대 디스플레이 궤도 수정

입력 2021.08.12 06:00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확정에 따라 삼성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략이 수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을 접고 미래 먹거리로 QD디스플레이(QD-OLED)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더 진화한 디스플레이로 평가받는 QNED(퀀텀 나노 발광다이오드) 개발에 진전이 이뤄질 경우, QD디스플레이 올인 전략이 아닌 QNED로 퀀텀 점프할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후 이같은 의사결정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자업계의 분석이다.

1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가장 수요가 많은 55인치, 65인치 QD디스플레이 TV 개발에 돌입해 2022년 상반기 정식 출시를 검토 중이다. 앞서 2022년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CES 2022에서 이 제품의 실체를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3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QD 디스플레이(가운데)로 추정되는 TV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삼성전자
QD디스플레이는 2~10나노미터(㎚) 크기 반도체 입자인 양자점 물질을 활용한다. 백라이트유닛(BLU) 없이 자발광한다. LCD와 WOLED보다 정확한 색 표현이 가능하다. 2019년 10월 이재용 부회장이 QD디스플레이 개발에 2025년까지 총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직접 밝혔고, 2020년 3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찾아 시제품을 살펴보며 챙긴적 있어 ‘이재용 TV’로 불리기도 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디스플레이 투자액 13조원 중 4분의 1에 가까운 3조원쯤을 집행했다. 2022년부터 추가 투자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QD디스플레이 TV를 주력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이 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릴 경우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략을 변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일정 수준의 QD디스플레이만 찍어내면서 QNED 전환을 위한 개발을 서두를 수 있는 셈이다.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생산 공장 전경 / 삼성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의 QNED 개발 완성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2022년 QNED 양산 장비를 투입해 이르면 2023년쯤 QNED 양산을 시작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유비리서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출원한 특허 160건을 분석한 결과, QNED를 구성하는 구조는 이미 완성됐다"며 "빛을 내는 화소 내의 나노로드 LED 정렬 개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과제만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QNED는 나노로드(Nano-rod)라는 긴 막대기 모양의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소자로 삼는다. 무기(無機) 소자가 빛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유기(有機) 화합물을 사용하는 OLED 대비 수명이 길고 전력소모가 낮다. 화면을 꺼도 잔상이 남는 번인(Burn-in·잔상) 현상도 거의 없다.

전자업계는 삼성전자가 OLED 기반인 QD디스플레이보다 QNED를 미래 디스플레이로 낙점할 것이 유력하다고 본다. 현재의 QD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은 파일럿 개념에 가깝고, QNED와 공정이 완전히 다르지 않아 추후 QNED로 전환하더라도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희망적 관측도 있다.

차세대 TV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삼성종합기술원에서도 QNED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OLED(WOLED)를 자사의 TV 기술 진화 방식이 아니라고 지속 강조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QNED는 잉크젯 프린팅 기술 적용 등 QD디스플레이 제품군과 공통적 공정 요소를 갖고 있다"며 "QNED 소자 수명 문제 등에서 진전을 보인다면 삼성디스플레이도 QD디스플레이에 굳이 집착할 이유가 사라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계기로 VD사업부와 삼성디스플레이 간 뒤엉킨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QNED 일원화로 전략을 재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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