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의 글로벌 네트워크 일명 'JY 네트워크'가 주목받는다. 이 회장은 기존 사업 강화와 미래 먹거리 모색 등 '뉴삼성' 구축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통신장비 사업은 계약 규모가 크고, 장기간 계약이 대부분이다. 국가별 주요 기간망으로 사회 인프라 성격을 띄고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인 약속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한다. JY 네트워크는 삼성전자의 통신장비 사업 핵심 경쟁력 중 한다.
이 회장은 최근 미국의 '디시'와 5G 통신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이 디시 회장을 직접 만나 오랜 시간 함께 산행을 하며 양측간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회장은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 자녀들의 결혼식에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청받은 전력도 있다. 인도 최대 통신사인 릴라이언스 지오는 전국 LTE 네트워크를 구축할 당시 삼성전자 기지국을 100% 사용했다.
한국 바이오 산업에서도 JY 네트워크가 빛을 낼 전망이다. 이 회장은 2021년 11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누바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나 삼성과 모더나 간 코로나19 백신 공조 및 향후 추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2020년에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화이자 백신을 한국에 조기 도입하는 데 기여했다.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기업인은 물론, 세계적인 정·관계 리더들까지 포함된다. 외교계에서는 이 회장의 네트워크를 '국가적 외교 자산'으로 평가한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장기간 상호 호혜관계를 바탕으로 축적돼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국가 간 갈등 해결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이 회장은 기업 총수이자 민간 외교관으로 위기 때마다 기여해온 바 있다. 2019년 9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된 시기 일본 재계는 '2019 일본 럭비 월드컵'에 이 회장을 초청했다. 당시 럭비 월드컵에 초청됐던 한국 기업인은 이 회장이 유일했다.
이 회장의 개막식 참석은 한일 두 나라가 갈등관계에 있지만, 비정치적인 분야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임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이를 통해 반도체와 관련한 일본산 소재는 삼성전자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을 정도로 공급됐다.
이 부회장은 '2030년 부산세계엑스포' 유치를 위한 민간 외교관 역할도 수행한다. 그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트럼프, 오바마,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반 자이드 UAE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 등 글로벌 리더들과 교류한다.
이 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토대로 세계 주요 IT 기업 경영자들과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삼성의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은 한국의 핵심 자산이다"며 "지금과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는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대한민국에 더 크게 기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