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가 이르면 11월 말 국내에 도입된다. 아이폰 사용자도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처럼 ‘지갑 없는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갤럭시에 탑재된 삼성페이를 통해 ‘록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했던 삼성전자로선 위기가 될 수 있다.

록인효과란 이용 중인 제품에 익숙해진 고객이 다른 제품으로 넘어가지 않고 머무르는 현상이다. 고객을 가둔다는 의미로 ‘자물쇠 효과’라고도 한다.

9일 관련업계 발언을 종합하면 현대카드와 애플은 애플페이 사용에 관한 독점 계약을 맺고 시스템 개발과 상용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30일부터 신세계백화점이나 일부 편의점에서 시범서비스를 진행하며 오류 등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14, 아이폰14 플러스 / 애플
아이폰14, 아이폰14 플러스 / 애플
삼성페이는 갤럭시 이용자를 붙들어놓는 핵심 기능이었다. 이를 강점으로 과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애플페이의 한국 상륙은 락인 효과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

트래픽 분석사이트 스탯카운터 분석자료를 보면 삼성전자와 애플의 점유율 격차는 6월부터 확연히 좁혀지는 추세다. 애플의 점유율은 6월 27.28%→7월 29.45%→8월 32.97%→9월 34.1%로 꾸준히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6월 66.11%→7월 63.98%→8월 59.47%→9월 58.38%로 하락세다.

최근 MZ세대를 포함한 젊은층부터 2000년 중반 이후 태어난 어린 10대를 뜻하는 '알파세대'까지 아이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애플페이의 등장은 삼성전자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다만 아이폰 사용자들이 지갑 없는 자유를 완벽히 누리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카드 가맹점은 대부분 마그네틱보안전송(MST)이나 집적회로 스마트카드(IC) 방식을 쓰고 있다. 애플페이는 NFC 단말기만 지원돼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가 설치된 가맹점에만 우선 도입될 것이 유력하다. 삼성전자가 기존 고객을 붙잡는 노력을 할 시간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삼성페이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서비스 이미지 / 삼성전자
삼성페이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서비스 이미지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애플페이 국내 도입에 대응해 삼성페이 사용처를 넓히는 방식으로 비교 우위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페이는 애플페이에는 교통카드, 항공권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월렛 기능이 없다는 점을 약점으로 보고, 모바일 탑승권 서비스, 모바일 학생증,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서비스 등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서비스는 운전면허증을 삼성페이에 등록해 실물 운전면허증 없이도 운전 자격이나 성인 여부 등을 간편하게 증명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삼성전자는 7일부터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협력해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서비스를 삼성페이에서 지원 중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 초기 파급력에 따라 10%쯤에 그치는 NFC 기반 단말기 보급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삼성전자가 갤럭시 안방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국내에만 1500만명에 달하는 삼성페이 이용자를 대상으로 어떤 생태계 강화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