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도입을 넘어 생성형 AI 등장이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는 ‘2024 디지털금융포럼’이 성황리에 열렸다.
조선미디어그룹의 테크 전문 매체이자 대한민국 넘버원 DX리더인 IT조선은 19일 서울 여의도 FKI 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2024 디지털금융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AI가 선보일 금융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번 행사 오전 세션에서는 각각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고 금융업계의 주요 안건을 다루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축사와 함께 연사자들의 발표가 이뤄져 관심을 모았다.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크리슈나 쿠마르(Krishna Kumar) 구스할로 캐피탈 매니지먼트 대표(CEO 겸 CIO)는 금융업계의 AI 활용성을 강조했다. 쿠마르 대표는 미국 뉴욕에서 AI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운용하는 파생상품 전문가로 포트폴리오 매니저 활동도 하고 있다.
쿠마르 대표는 “금융 분야에서 AI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체될 것이다”며 “기술 발전과 데이터 증가, 투자자 기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AI가 자료를 분석하고 인덱스 하는 것을 대신 해주는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투자 시장에서 주목받는 생성형 AI를 통한 투자에 대해 초개인화 어드바이스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쿠마르 대표는 “생성형 AI는 공감 능력까지 곁들여서 고객이 공감할 수 있을 정도의 어드바이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맞춤형 LLM(대형언어모델) 등이 큰 성과며 우리 역시 ETF 맞춤형 LLM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특화된 맞춤형 LLM이 더 많이 등장할 것이란게 쿠마르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 AI가 제공하는 ‘추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추론은 두 가지 측면에서 유용하다”며 “하나는 가능한 시나리오를 세우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조건법적인 추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특정 종목을 매수할 때 매수하지 않아야 할 이유에 대한 시나리오 설계와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그는 AI 에이전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AI 에이전트는 금융 AI의 가장 강력한 패러다임이다”며 “에이전트는 기본적으로 함수 호출을 수행할 수 있는 LLM으로 투자자의 경우 기술 분석, 기본 분석, 지정학적 분석 등에서 추론이 가능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쿠마르 대표는 “AI에이전트는 생산성을 높이고 더 나은 투자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며 “소규모 팀 역시 많은 데이터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다음 연사로 나선 오순영 AI 미래포럼 공동의장은 ‘생성형 AI가 만드는 금융 웰빙의 시대’를 주제로 발표했다.
오 의장은 이날 발표에서 “AI가 기술보다 인간에 대해 더 집중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며 ‘금융 웰빙’(Financial Well-being)을 제시했다. 금융 웰빙은 금융에 대한 이해와 역량이 높아서 미래 금융 상황에 대한 안정감을 느끼고 재정적 자유를 가진 상태를 뜻한다.
오 의장은 금융 웰빙에 대해 “은행 고객은 내 자산을 불리는 것뿐 아니라 돈을 관리해 주고 소비 습관까지 개선해 주는 활동들을 기대한다”며 “은행은 올바른 디지털 툴을 제공하고 금융 지식의 격차를 해소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은행권은 생성형 AI를 활용, 고객 서비스 방식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금융 분야에 생성형 AI가 들어와 좀 더 정교화된 분석이 가능해졌고 고객에게도 더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오 의장은 은행권이 ‘금융 리터러시(이해력)’ 제고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금융 행동이나 태도에 대한 점수가 유독 낮다”며 “은행은 슈퍼앱을 통해 고객에게 올바른 지출 습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순영 의장은 각종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금융사들은 자신들만의 AI 시스템을 갖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은행권은 어떤 목적으로 AI를 도입하고 어떤 데이터를 모아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슈퍼앱을 통해 일련의 자산 활용 과정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정보들이 쌓이다 보면 앱이 고객의 금융 에이전트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박진석 금융보안원 디지털전략본부장(상무)은 ‘AI 시대 금융보안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며 AI 기술의 양면성을 경고했다.
박 본부장은 “AI가 잘못 활용되면 일종의 핵무기와 같은 대량 살상 무기로도 활용이 될 수 있다”며 “또 어떠한 제한적인 위험을 가져올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인간의 멸종까지 가져올 수 있을 정도로 큰 리스크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결국 AI 안전성, 보안성, 신뢰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해당 세 가지 부분은 AI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며 “올해 5월 ‘AI 서울 정상회담’ 선언문에서도 ‘안전하고 혁신적이고 포용적인 AI’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 선언문을 보면 안전하고 보안성과 신뢰성을 갖춘 AI 설계·개발·자치 사용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한다”며 “또 예외로부터 혜택을 극대화하고 야기되는 폭넓은 위험을 대응하며 위험기반 접근법과 일치하는 AI 거버넌스 체계 간 상호 의존성이 중요하다고 밝힌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본부장은 “그만큼 AI를 활용함에 있어서 안전성과 보안성과 신뢰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각국 정상이 공감하고 있었다”며 “이러한 내용이 정상 간 선언문에 담길 정도로 최근 아주 중요한 이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의 정희연 최고디자인책임자(CDO)는 ‘AI를 통한 새로운 차원의 사용자 경험’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 CDO는 이날 발표에서 소비자의 사용성 테스트(UT)에 활용하는 자사 AI 시스템 ‘휴리봇’에 대해 소개했다.
정 CDO는 “젊은 세대는 전자기기를 쉽게 이해하고 쓸 수 있어도 부모님 세대는 사용을 어려워하듯 이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사용성 테스트가 필요하다”며 “기존 사용성 테스트 방식은 참여자를 모집하고 누가 모집됐는지 확인하고 그들과 일정을 조율하고 만약 비대면으로 하면 화상으로 테스트할 환경도 조성해야 하는데 그래도 일정이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용성 테스트에 활용하는 휴리봇을 만들었다. 정 CDO는 휴리봇을 사용해 토스 애플리케이션(앱) 내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가입 소개 페이지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 ‘화려한 이미지가 뭘 많이 줄 것 같은데 3000원을 더 돌려준다는 게 언제 어떻게 돌려준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는 휴리봇의 의견이 실제 사람 이용자가 낼 만한 의견이라고 생각해 해당 이미지를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 CDO는 “이런 휴리봇의 사용성 테스트 피드백이 유의미하다고 생각해 토스 디자이너가 사용하는 디자인 툴에 휴리봇이 도입됐다”며 “AI가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러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데 토스 팀은 AI를 이용자를 위한 더 좋은 제품 개발에 도움을 주는 도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 연사자로 나선 김준석 한화생명 AI 실장은 ‘AI가 가져온 보험 서비스의 진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준석 실장은 20년 넘게 AI 개발 관련 업무를 담당해 온 전문가다.
그는 “지속적인 생성형 AI 고도화 노력을 통해 최종적으로 멀티모달(Multi-Modal) 형태로 진화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멀티모달은 텍스트, 이미지, 음성, 비디오 등 여러 데이터를 동시에 다루는 기술이다.
현재 보험산업에 생성형 AI 기술은 ▲고객 상담업무 ▲설계사 교육 ▲보험금 청구서류 데이터화 등에 제한적으로 적용 중이다. AI 기술 기반 서비스 제공으로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보험모집인과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 실장은 “보험업에서 생성형 AI를 적용할 때 AI 기반 서비스를 신규 계약과 유지율을 높이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도 “생성형 AI 도입 프로젝트를 개별적으로 진행하다보면 각자 따로 노는 문제점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처음 설계할 때부터 통합 AI플랫폼을 구성하고 이에 맞게끔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작은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점진적인 진화를 추구하고 통합 AI 플랫폼을 설계해 데이터를 재사용 가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내부 인력의 역량 강화와 외부 엔지니어 채용을 통해 AI 서비스를 지속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