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금융의 미래를 조망하는 자리가 열렸다. 금융업계는 AI 시대를 맞아 찾아온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하지만, 규제 및 신뢰성 확보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IT조선은 19일 서울 여의도 FKI 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된 ‘2024 디지털금융포럼’에서 국내외 디지털 금융의 현 주소와 함께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포럼 현장은 200명이 넘는 참석자로 붐볐다.

IT조선이 주최한 ‘2024 디지털금융포럼’이 19일 서울 여의도 FKI 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됐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왼쪽 네 번째),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다섯 번째), 김종호 IT조선 대표(왼쪽 세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IT조선 DB
IT조선이 주최한 ‘2024 디지털금융포럼’이 19일 서울 여의도 FKI 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됐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왼쪽 네 번째),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다섯 번째), 김종호 IT조선 대표(왼쪽 세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IT조선 DB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에서 AI로 가장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분야로 금융을 꼽았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금융과 AI의 결합이 금융시장을 획기적이고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의 구스할로 캐피탈매니지먼트는 글로벌 투자현장에서의 AI 활용 방안과 필요성을 설명했다. 은행과 보험, 투자, 핀테크 등 국내 주요 금융사의 AI 전문가들은 AI를 활용한 서비스 확대 사례를 발표했다.

한국은행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업계도 디지털 화폐 도입 추이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방안 등을 점검했다. ▲블록체인법학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삼성자산운용 ▲클레이튼 ▲로집사 등이 참여해 열띤 토론도 벌였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 IT조선DB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 IT조선DB

안철수 의원 “금융은 AI가 가장 큰 변화 불러올 분야”

안철수 의원은 축사를 통해 금융 분야에서의 AI 활용은 무엇보다 세심하게 관리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AI의 필수 요소는 양질의, 편향되지 않은 데이터여야만 한다"며 "AI와 금융이 결합한다면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질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잘 만들어진 AI는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신용도 평가, 로보 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투자 뿐만 아니라 금융 범죄를 막는데도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준현 의원 “AI 결합한 금융거래 조성, 도전과제 해결 노력”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에 인공지능(AI) 결합은 획기적이고 효율적인 금융시장의 변화를 이끌 수 있지만 윤리적, 법적 문제 해결에는 국회가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강 의원은 "AI가 결합된 금융 서비스의 미래는 더욱 획기적이고 효율적인 금융시장의 변화를 예고한다"며 "다만 AI의 도입은 그만큼 윤리적, 법적 문제의 해결도 요구한다. 데이터 프라이버시, 알고리즘의 투명성, 고용 변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 AI 도입에 따르는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22대 국회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슈나 쿠마르(Krishna Kumar) 구스할로 캐피탈매니지먼트 대표가 19일 오전 열린 2024 디지털금융포럼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 IT조선DB
크리슈나 쿠마르(Krishna Kumar) 구스할로 캐피탈매니지먼트 대표가 19일 오전 열린 2024 디지털금융포럼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 IT조선DB

“금융분야서 AI 사용 않는 이들은 대체”

‘AI가 바꿀 투자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 크리슈나 쿠마르(Krishna Kumar) 구스할로 캐피탈매니지먼트 대표는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금융 분야에서는 AI를 사용하지 않는 이들은 대체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 AI가 제공하는 ‘추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AI 추론은 두 가지 측면에서 유용하다”면서 “하나는 가능한 시나리오를 세우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조건법적인 추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쿠마르 대표는 “AI에이전트는 생산성을 높이고 더 나은 투자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면서 “소규모 팀 역시 많은 데이터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오순영 AI 미래포럼 공동의장(전 KB국민은행 금융AI센터 상무)은 ‘생성형AI가 만드는 금융 웰빙의 시대’를 주제로 발표하며 “AI가 기술보다는 인간에 대해 더 집중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라며 ‘금융 웰빙(Financial Well-being)’을 제시했다.

오 의장은 "은행권은 생성형 AI를 활용, 고객 서비스 방식을 재구성해야 한다"며 “금융 분야에 생성형 AI가 들어옴으로써 좀 더 정교화된 분석이 가능해졌고, 고객에게도 더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AI 시대 금융보안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진석 금융보안원 디지털전략본부장은 "AI가 잘못 활용되면 일종의 핵무기와 같은 대량 살상 무기로도 활용이 될 수 있다"며 "AI 안전성, 보안성, 신뢰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의 정희연 최고디자인책임자(CDO)는 ‘AI를 통한 새로운 차원의 사용자 경험’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 CDO는 “젊은 세대는 전자기기를 쉽게 이해하고 쓸 수 있어도 부모님 세대는 사용을 어려워하듯 이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사용성 테스트가 필요하다”며 “기존 사용성 테스트 방식은 참여자를 모집하고 누가 모집됐는지 확인하고 그들과 일정을 조율하고 만약 비대면으로 하면 화상으로 테스트할 환경도 조성해야 하는데 그래도 일정이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석 한화생명 AI 실장은 ‘AI가 가져온 보험 서비스의 진화’를 주제로 “보험업에서 생성형 AI를 적용할 때 AI 기반 서비스를 신규 계약과 유지율을 높이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지속적인 생성형 AI 고도화 노력을 통해 최종적으로 멀티모달(Multi-Modal) 형태로 진화시켜야한다”고 말했다.

김동섭 한국은행 디지털화폐기획 팀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FKI 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4 디지털금융포럼'에서 'CBDC와 통화시스템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IT조선 DB
김동섭 한국은행 디지털화폐기획 팀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FKI 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4 디지털금융포럼'에서 'CBDC와 통화시스템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IT조선 DB

한은 "韓, 아고라 프로젝트 참여 큰 의미…CBDC 활용 연구성과 기대"

김동섭 한국은행 디지털화폐기획 팀장은 'CBDC와 통화시스템의 미래'를 주제로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연구 현황 및 시스템 구축을 위한 개선 과제 등을 발표했다. CBDC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약자다.

김 팀장은 "디지털전환이 빠르게 가속화되는 가운데 세계 중앙은행의 93%가 CBDC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일부 신흥국은 공식 도입했고, 영국·일본·미국 등 주요국은 도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국제 프로젝트인 아고라 프로젝트는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될 예정이다"라며 "CBDC 활용성 테스트도 올해 4분기 착수해 내년 초까지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유진환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전략기획팀장은 가상자산 현물 ETF를 도입할 경우 에코시스템을 비롯해 라이선스, 투자자 보호 등을 선제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진환 팀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는 운용사 혼자서 모든 것을 운용할 수 없다. 생태계라는 한 팀이 필요하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는 시장참여자들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중장기적으로 자금 유입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상민 클레이튼 재단 이사장은 실물연계자산(RWA) 시장의 확대와 대중화를 위해 각종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 이사장은 “현실 자산과 블록체인 기반 금융을 연결하는 RWA는 아무리 기술적으로 잘 구현된다 하더라도, 결국 현실의 자산을 기반으로 한 토큰이기 때문에 규제 리스크 해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온체인과 오프체인 세상의 중간점에 있는 RWA가 실생활에 접목된다면 웹3.0과 블록체인의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 전했다. 

최재윤 로집사 파트너변호사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의 의미’를 설명하며 기존 규제적 관점을 넘어 건전한 유통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가상자산 시장이 미래금융과 관련한 ICT 기술 및 관련 산업의 육성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건전한 발행, 유통구조를 포함해 디지털자산 전반에 관한 건설적 논의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여의도 FKI 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4 디지털금융포럼' 토론 세션 모습. 왼쪽부터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 회장, 안병남 금융감독원 가상자산총괄팀장, 김동섭 한국은행 팀장, 유진환 삼성자산운용 팀장, 서상민 클레이튼 이사장, 최재윤 로집사 파트너변호사. / IT조선DB
19일 서울 여의도 FKI 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4 디지털금융포럼' 토론 세션 모습. 왼쪽부터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 회장, 안병남 금융감독원 가상자산총괄팀장, 김동섭 한국은행 팀장, 유진환 삼성자산운용 팀장, 서상민 클레이튼 이사장, 최재윤 로집사 파트너변호사. / IT조선DB

“가상자산 이용자법, 시장 신뢰 높이는데 기여”

마지막 세션인 토론에서는 국내 투자자 보호, 시장 투명성 제고 등 순기능을 기대하는 시각이 제기됐다. 또 나라별 규제 차이에 대한 방안 마련이 미흡해 가상자산 사업자와 추가 조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진환 삼성자산운용 팀장은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이 금융상품으로서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시세 조종과 시장 감시 체계가 강화돼야 한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와 같은 상품 출시에도 법안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김동섭 한국은행 팀장은 “중앙은행이 감독당국은 아니지만, 금융인프라 제공 책무를 지닌 만큼 안전한 미래 디지털 자산 금융인프라를 어떻게 만들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 등 관련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상민 클레이튼 재단 이사장은 “해외 투자자들이 많아 해외 투자 규제에 대해 어떻게 조율해야할 지 고민된다”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한국 내 가상자산 사업자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해외 투자자에 대한 추가 고민이 필요하다”고 글로벌 규제와의 형평성을 주장했다.

최재윤 변호사는 투자자 피해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법안 마련이 지속돼야 한다며 "일반인 대상 리딩방 사기가 매우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예방 차원에서 가상자산 투자 자문업 라이센스 제도를 도입 등 추가적 제도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병남 팀장은 “이전에 경험해보지 않은 규제를 처음 겪는 만큼 시장 혼선 당연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법 시행 이후에도 시행령이나 감독규정 시행 세칙을 지속 준비 할 예정이며, 가상자산 사업자들과 직접 면담하고 현장 준비상태 등을 체크하는 등 지원작업을 지속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